113개 시민사회단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 모여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가해 경찰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에 대한 분노가 한국 사회로도 번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이주민‧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하루 빨리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인종차별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113개 시민단체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가해 경찰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어 “뿌리 깊은 소수인종 혐오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에서도 수많은 이주노동자 및 외국인들이 차별에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 사회 인종차별의 민낯이 생생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인종별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률이 다르게 나타났듯, 한국 역시 코로나19를 계기로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이주민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민은 공적 마스크조차 구매할 수 없고 세금을 내는 이주노동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주민은 아무런 방어막 없이 코로나19에 노출돼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장기체류 이주민 173만여명 가운데 144만명가량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초 중국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와대 국민청원이 약 76만명의 동의를 얻고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대림동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는 등 차별이 잇따르기도 했다.
주최 쪽은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기반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미국 내 한국 교민들의 안전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한국 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며 “10년 넘게 추진돼온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번 21대 국회에선 꼭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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