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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천 화재 한달…유족들 “노동자들 억울한 희생 끊어달라”

등록 2020-05-29 14:07수정 2020-05-29 14:13

29일 물류센터 화재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한달 지났지만 수사결과·방지책 못들어”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천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영정 속 희생자를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천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영정 속 희생자를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3일 만에 너의 시신을 확인하던 날, 다 타버리고 새까만 얼굴을 마주하면서 아닐 거라 부정했지만 환한 너의 치아를 보며 내 동생임을 확신했다. 못난 형이 널 대신했어야 하는데 누가 우리 형제를 생과 사로 갈라놓았을까.”

38명의 노동자가 숨진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 당일, 민경원씨는 동생 민경진씨와 함께 지하 2층에서 냉동창고 마감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형은 불을 발견한 뒤 바로 탈출했지만, 빠르게 번진 화마는 순식간에 출입구를 모두 막아버렸고 동생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째인 29일 오전, 유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은 그 어떤 수사결과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노동자들의 억울한 희생을 끊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 ‘건우’ 등이 참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에 피난유도등, 간이소화시설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았고 안전 관리자도 없었다”며 “정확한 기준과 공정에 따라 공사가 진행됐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법률 대리인인 김용준 변호사도 “발주처와 시공사, 하청업체는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사실관계를 조작‧왜곡하고 있다”며 “유족들도 진상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처벌을 강화해 참사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족들은 “2008년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당시 기업이 받은 처벌은 1인당 50만원 꼴인 벌금 2000만원이었다”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기업들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비용절감만을 고려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조처 이행 여부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정부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30여명의 유족이 검은 옷을 입은 채 참석했고, 일부는 가족의 영정사진을 목에 걸었다. 초등학생 소년도 나와 ‘노동존중사회 약속한 대통령’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민경원씨가 동생 민경진씨를 향해 편지를 낭독할 땐 곳곳에서 통곡 소리가 터져나왔고, 울음이 터진 어머니를 딸이 부축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한익스프레스 본사‧이천 화재현장을 찾아 발주처‧시행사 등에 책임을 촉구한 뒤 합동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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