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문관에 한양대 학생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보안법을 반대한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초안 권고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국내 대학 곳곳에서 홍콩 보안법에 반대하는 주장을 담은 ‘레넌벽’ 설치에 나서고 있다. 레넌벽은 공산체제하의 체코 시민들이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며 프라하의 건물 벽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존 레넌의 노래 가사를 적어 놓은 데서 유래했다. 이를 본떠 지난해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홍콩 민주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홍콩 전역에 레넌벽을 설치했다.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은 이날 ‘홍콩의 입을 틀어막는 국가보안법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레넌벽을 고려대·서울시립대·한양대 등에 설치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을 밀어붙이며 중국 정부와 정경유착 자본, 기업들에 맞서는 진보적인 홍콩 운동가들을 탄압하려고 한다”며 “보안법은 홍콩의 시민들이, 그리고 세계의 시민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을 위해 함께 분노하고 행동하자”고 촉구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 설치된 ‘레논벽.’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제공
레넌벽 설치에 참여한 고려대 학생 임현창(21)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에 많이 없긴 하지만 한국에 남은 홍콩 학생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활동을 통해 홍콩 학생들도 목소리를 많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학생 김지문(24)씨도 “2003년에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세계시민과의 연대로 막은 경험이 있다”며 “이 문제는 보편적인 평등에 대한 논의이자 인권의 문제다. 레넌벽 설치를 통해 홍콩의 상황을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고, 연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멘텀은 경희대 등 다른 대학들에도 레넌벽을 설치할 예정이다.
오연서 강재구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