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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범 모집해 뒤에서 성착취 조종…n번방 개설자 ‘갓갓’은 누구인가

등록 2020-05-11 14:14수정 2020-05-11 21:18

재판 넘겨진 ‘갓갓’ 공범들 판결문 보니
트위터로 공범 모집해 미성년자 성착취 시켜
영상 유포하고 라이브 방송까지
한몸처럼 움직였던 공범 ‘코태’, ‘반지’ 검거도 시급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텔레그램 엔(n)번방 개설자 ‘갓갓’은 텔레그램 성착취 세계의 암묵적인 규칙을 만든 인물이다. 24살 남성으로 밝혀진 갓갓의 성착취 범죄 수법은 이후 ‘박사’ 조주빈(24)씨 등 수많은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의 모방 범죄를 낳았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갓갓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범을 모집한 뒤 이들 뒤에 숨어 성착취를 지시했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금전 거래도 하지 않았다. 경찰을 사칭하고, 해킹코드를 보내 해킹을 하거나 피해자에게 “해킹을 당했으니 도와주겠다”고 접근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나체사진을 빼내고 이를 협박의 수단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갓갓의 사주를 받은 공범들의 판결문에서 갓갓은 ‘성명불상자’로만 남아 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부(재판장 김정태)는 지난해 8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아무개(29)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이 판결문에는 갓갓이 이씨를 시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온다.

이씨는 2018년 12월 갓갓이 트위터에 “○○학원 근처에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걸 보고 갓갓에게 접근했다. 이후 갓갓은 네이버 메신저 ‘라인’의 채팅 기능을 이용해 이씨에게 “오늘 ○○학원 앞에서 기다리면 여자가 올 것이다. 내 노예다. 성관계는 빼고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고 말을 했고, 이후 이씨는 10대 여성 ㄱ씨를 만나 자신의 차 안에서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특히 범행 현장에서 ㄱ씨는 “성명불상자(갓갓)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혼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이후 갓갓으로부터 “피해자와 성관계를 해도 된다”는 말을 들은 뒤 ㄱ씨를 다시 만나 모텔에서 ㄱ씨를 성착취한 영상을 촬영하고 라인의 ‘라이브 방송’ 기능을 통해 단체 채팅방에 전송했다. 추적단 ‘불꽃’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갓갓이 이씨를 시켜 제작한 성착취물은 실제 엔번방에 유포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관련 기사 : [단독] 수감자가 만든 10대 성착취물, ‘갓갓’이 제작 지시한 정황)

이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을 기획하거나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성명불상자(갓갓)와 함께 이 부분 범행에 관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씨와 갓갓이 미성년자 성착취 범행을 함께 저지른 공범 관계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3월26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170개나 제작한 김아무개(37)씨의 판결문에도 갓갓이 등장한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트위터에서 알게 된 갓갓에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착취 영상의 주문 제작을 의뢰했다. 판결문에는 “이 사건 공범(갓갓)이 평소 자신으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던 피해자 ㄴ씨에게 김씨의 요구를 전달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했다”고 나와 있다. (▶관련 기사 : 10대 성착취물 170개 만들었는데…‘징역 3년’ 선고한 법원)

갓갓은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금전 거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신상정보를 쉽게 주지 않으면, “네가 지금 해킹을 당했으니 내가 도와주겠다”며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접근해 신상 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갓갓은 또 텔레그램에서 닉네임 ‘코태’, ‘반지’와 팀을 꾸려 “노예사냥을 한다”며 함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검거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갓갓은 돌연 ‘수능 준비를 하러 간다’, ‘해외로 간다’ 등과 같이 잠적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다 <한겨레>의 텔레그램 성착취 보도 이후 관련 기사가 쏟아지던 시기인 지난 1월 텔레그램에 잠깐 다시 등장해 당시 검거 전이었던 박사 조주빈씨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때 갓갓은 자신이 10일 동안 텔레그램 접속 기록이 없으면 경찰에 검거된 줄 알고 자신의 남은 자료들을 다 뿌리게 누군가에게 시켜놨다고 말했다. 자신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단독] 사라졌던 ‘갓갓’, 지난 1월 피해 여성에 연락해 “내 행동은 게임”)

애초 엔번방은 지난해 초 기준으로 1∼8번까지 존재했으며 피해자가 3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갓갓은 “내가 가진 자료를 모두 뿌리면 100번방이 넘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피해자의 수는 더 많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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