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의 유튜브 중계 영상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쇄석길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얼굴 부조상 위에 비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널리 알리려 건립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쇄석길에는 피해자들의 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부조 조각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인 이곳(오는 12일 재개관), 조각상 위로 6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제143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의 영상이 비친다. 수요시위도 코로나19를 피해 최소한의 인원만 현장에 모여 온라인 시위로 이어가고 있다.
‘수요시위 아카이브’에 등재된 1992년 1월 8일 제1차 수요시위 현장 사진. 1990년대, 진행사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 회 등 시기별·주제별·생산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수요시위 아카이브 갈무리
매주 수요일 낮 12시 수요시위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일본의 사죄와 평화를 외쳐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올해로 결성 30주년을 맞았다. 부설기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수요시위의 역대 기록과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는 ‘수요시위 아카이브’(www.archivecenter.net/wednesdaydemo)를 온라인 공간에 마련했다. ‘살아 있는 역사’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하나둘 영면에 들고 이제 남은 생존자들은 18명뿐. 바르게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피해자들과 함께 역사의 진실도 흐려질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기록 중에 가치 있는 자료를 선별하고 가공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류와 정리 체계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렵게만 보이던 과업이 한국외대 대학원 정보·기록학과 봉사단 ‘나비아카이빙’과 기록 관리 전문 업체 한국문헌정보기술, 자원봉사자 등 뜻을 더한 이들의 재능기부로 가능해졌다. 회차별로 매주 진행된 수요시위 순서지, 참가 단체, 자유발언, 성명서, 보고서 등이 시기별·형태별·생산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개설 초기인 현재는 일부 자료만 올라와 있지만,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된다. 올해 가을께에는 기록 범주를 확장해 운동사 전반을 아우르는 아카이브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물관 계단을 따라 마련된 호소의 벽에 전시되어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바람이 쓰여져 있다. 밝은 공간으로 나아갈수록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자신과 같은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라는 호소와 함께 희망의 목소리로 변해간다. 이정아 기자
“현장활동가 스스로 기록의 가치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자산으로 기록을 열어놓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장은 설명한다. 또 “수요시위 기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사 자료를 넘어 시기별로 이슈화된 사회문제와 거리에서 만들어진 시민의식의 변화 과정을 담고 있다”며 “여타 현장활동가들의 활동을 위한 자료로, 시민운동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교육자의 연구 자료로, 문화예술가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보 자원으로 이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수장고에 갇혀 있던 역사의 조각들이 시민의 품으로 전해진다. 그곳에서 새롭게 시작될 역사를 기대해본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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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