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구속률 2%도 안돼
사법기관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소극적 처벌이 텔레그램 성착취 등이 만연하게 된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도 실제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는 10명 중 3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디지털 성범죄자 가운데 구속 수사를 받은 사람은 100명 가운데 2명 수준에 불과했다.
<한겨레>가 6일 경찰청이 해마다 발행하는 ‘범죄통계’를 분석해보니, 디지털 성범죄의 기소율은 해마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3.6% 정도의 범죄자가 기소돼 법정에 섰지만, 2014년 43.7%, 2015년 31.2%, 2016년 32.2%, 2017년 34.8% 등으로 매년 조금씩 떨어졌다. 5대 흉악범죄(살인, 강도, 방화, 폭행·상해, 성범죄) 기소율이 2018년 기준 48.2%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상대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심각한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피의자가 구속되는 경우도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이는 1만1746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구속된 이는 271명으로 2.3%에 지나지 않았다. 통신 매체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이는 1582명이고 이 중 구속된 이는 단 9명으로 구속률은 0.6%에 불과했다. 99.4%에 이르는 1573명은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불법촬영 범죄는 재범률도 높았다. 검거된 디지털 성범죄 사범 가운데 불법촬영의 경우 5회 이상 관련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비율이 무려 31.2%나 됐다.
■10명 중 7명은 300만원 이하 벌금형
어렵게 기소되어도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기소된 이들 가운데 71.9%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는 비율은 무려 22.2%나 된다. 징역형은 5.3%에 불과했다. 벌금형을 선고받는 이들 10명 가운데 8명(79.97%)은 300만원 이하로 처벌이 약했다. 이렇다 보니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수사 단계에서부터 ‘300만원에 합의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디지털 성범죄자를 인터뷰한 한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 대부분 조건부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된다. 불법촬영 성범죄로 처벌을 받으면 20년 동안 신상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사진 촬영 한번으로 남자 인생 망칠 수 없다’며 아예 기소를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의 법률 지원에 나선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디지털 성폭력은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큰 고통을 주는 중한 범죄인데,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문제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가 재판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는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적극적인 수사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하영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도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은 불법촬영 등에 대해선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피해 정도를 작게 보고 있다”며 “불법촬영물이 재생산되는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고통은 물리적 폭행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런 법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수사기관 내부 채널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완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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