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겨레>가 6일 보도한 경찰청의 ‘2018년 범죄 통계’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법률 체계와 사법적 대처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2018년 한 해 통신 매체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피의자가 1582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단 9명만 구속됐다. 비율로 따지면 0.6%에 불과하다. 또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불법 촬영을 해서 검거된 이들 5497명 가운데 구속된 이는 169명, 3.1%였다. 물론 범죄 피의자 구속이 능사가 아니고 피의자 인권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범죄의 잔혹성과 피해 범위를 특정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수치다.
비단 구속 여부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도 모자랄 판에 갈수록 물러지고 있다. 2010년 72.6%였던 기소율은 해마다 낮아져 2017년에는 34.8%까지 떨어졌고, 지금은 3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살인·강도·방화·폭행 및 상해·성범죄 등 5대 흉악범죄 기소율 48.2%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다. 또 기소된 이들 가운데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5.3%에 그쳤다. 71.9%가 벌금형을 받았고, 22.1%는 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았다. 벌금형의 경우 10명 가운데 8명이 300만원 이하였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기소부터 처벌까지 상식 밖의 관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사방’ 운영자들이 잇따라 검거되는데도 이들의 성착취 영상을 다시 유통하는 ‘백업방’이 운영되고, ‘우리가 박사다’라고 이름 붙은 텔레그램 비밀방이 등장해 버젓이 ‘의인 행세’까지 하고 있다. 사법체계를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검찰·경찰과 법원이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3년 2997건이던 불법 촬영 범죄가 2017년 6632건으로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소란히 수많은 여성들에게 무차별로 전가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6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범죄단체 성립 요건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범죄단체가 성립되면 ‘박사’ 조주빈씨에게 최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 엄포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