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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초기 후각 둔해졌지만 대체로 무증상…네 식구가 방·식사 따로따로”

등록 2020-03-24 05:00수정 2020-03-24 10:03

[코로나19 격리해제자 인터뷰]

지난 2일 어머니·5일 딸 감염 확인
입소 2주간 못만나 “무척 길고 지루”
아버지·동생은 음성으로 자가격리
“감염돼도 낙심 말고 수칙 따르길”
임가영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뒤 지낸 대구2 생활치료센터(경북대 기숙사)내부. 1인 1실을 썼다. 임가영씨 제공.
임가영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뒤 지낸 대구2 생활치료센터(경북대 기숙사)내부. 1인 1실을 썼다. 임가영씨 제공.

“양성이라고 하네.” 지난 2일 대구 달성군에 사는 임가영(가명·30)씨는 퇴근 뒤 어머니(58)의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환절기에 감기를 자주 앓아온 어머니는 담담하게 본인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가족에게 알렸다. 가영씨는 “기저질환이 없던 사람도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던 무렵이었다”며 “어머니가 연세도 좀 있으시고 호흡기도 안 좋으셔서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주, 온 가족이 코로나19를 겪었다. 어머니에 이어 가영씨도 불과 사흘 뒤 양성 판정을 받았고 덩달아 확진자는 아니지만 아버지와 동생도 자가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가영씨 모녀는 각각 지난 16일과 19일 격리해제(완치) 됐다. 가영씨는 23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입소 기간이 생각보다 무척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검사에서 음성이 안 나올까봐 노심초사했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전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8961명이며, 가영씨와 같은 완치자는 3166명에 이른다.

모녀에게 잇따라 닥친 코로나 가영씨 가족에게 코로나19가 닥친 건 지난달 말이다. 불교신자이자 사찰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어머니는 지난달 18일 절에서 모임을 가졌고, 이 중 일부가 확진됐다. 가영씨 가족은 확진된 합창단원의 직장 동료인 신천지예수교 신도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당시 모임 이후 어머니는 근육통과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24일 처음 동네 병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의사는 코로나19보다는 독감을 의심했다. 이후 어머니는 약을 먹고 몸살기는 나아졌지만, 곧이어 잔기침이 나고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증상을 앓았다. 그러던 중 동료 합창단원한테서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해 보인다는 말을 전해 듣고, 지난 1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어머니가 확진 통보를 받은 이달 2일은 대구에서만 하루 500명이 넘는 신규 환자가 나올 무렵이다.

환자 수가 폭증하던 때라 병상이 부족하다 보니, 어머니는 집에서 입원대기 했고 다른 가족들도 보건당국 지침을 기다려야 했다. 이틀이 지난 뒤 가영씨는 선별진료소부터 찾았다. 크게 자각할 만한 증상은 없었지만 어머니처럼 냄새를 맡기 어려운 느낌이 며칠간 지속됐다. 평소 자주 겪던 비염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행히 아버지와 동생은 음성이었지만 가영씨는 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때 그 절을 안 갔어야 했는데….” 가영씨는 딸의 감염 소식을 듣고 자책하는 어머니를, 위로해야 했다. 대신 가영씨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별 이야기가 아닌데도 큰 힘이 됐다. 두 사람 다 확진 이후 크게 아픈 적은 없었다고 했다. 가영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는 후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뚜렷했는데 외려 확진 이후에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보던 ‘무증상 감염’이 자신이 앓은 코로나19가 아닌가 싶었다는 것이다. 다만 어머니는 확진 뒤에도 잔기침이 계속되고 오한과 몸살을 앓는 날도 있어, 가영씨와는 차이가 컸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임가영(가명·30)씨는 경증환자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을 때, 컬러링북을 색칠하며 시간을 보냈다. 임가영씨 제공.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임가영(가명·30)씨는 경증환자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을 때, 컬러링북을 색칠하며 시간을 보냈다. 임가영씨 제공.

‘한 지붕 네 가족’ 같았던 자가격리 생활 어머니가 이달 8일, 가영씨가 11일 각각 경북대 기숙사에 마련된 대구 2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기까지, 집안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어머니와 가영씨, 감염되지 않은 아버지와 동생이 모두 각기 격리 상태로 한집에서 지내야 했다. 그는 “아버지는 거실에서, 어머니와 동생, 저는 각자 방에서 따로 지냈다. 밥도 시간대를 달리해서 각자 챙겨 먹었는데, 아무래도 냉동식품을 많이 먹게 되더라”고 말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온 가족이 코로나19 뉴스만 들여다봤다.

같은 시설에 지내면서도 가영씨는 어머니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전화로만 대화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온종일 컬러링북을 열어 색칠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틈틈이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다. 긴 기다림 속에 힘이 된 순간은 매일 한번씩 찾아주는 의료진이었다. 나물 등 8가지 반찬을 위주로, 집밥 같은 식사를 제공받은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지난 19일 집으로 돌아온 그는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는 생활수칙을 잘 지키고 경각심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감염되더라도 절대 낙심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영씨와 어머니는 각각 두번의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완치됐지만, 아버지와 동생의 자가격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가영씨가 집을 떠나 입소한 날로부터 2주간 격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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