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정문이 닫혀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4월로 개학 연기, 이게 웬말입니까. 코로나 때문에 안 보내는 게 맞지만서도, 막막하네요.”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을 2주일 더 연기한다고 밝힌 17일 오후 한 ‘맘카페’에 올라온 반응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개학 연기가 필요하다고 여기면서도, 남은 기간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8살과 5살 아이를 둔 김선희(36)씨는 개학 연기에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김씨는 “큰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지고 있고, 둘째 아이 역시 새로운 어린이집 입소가 미뤄지고 있다”며 “처음에 흥미를 느끼던 아이들도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학교나 어린이집에 관심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와 의미 없는 시간을 한달 넘게 이어가니 양육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며 “계속되는 휴원과 휴교가 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황아무개(46)씨는 조금 다른 반응이었다. 황씨 가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자체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뿐 아니라 학원 등 모든 외부 활동이 멈췄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원예 일을 하는 황씨는 외부인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일도 쉬고 있다. “답답하면 잠깐 아파트 산책만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개인 생활을 하기엔 어려운데 개학이 연장된다니 엄마들이 더 힘들긴 하죠. 하지만 이왕 힘든 김에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하나라도 터지면 더 난리가 날 테니까요.”
온라인에도 개학 연기에 혼란스러워 하는 학부모들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 맘카페 회원은 “결국 개학이 3번째 연기됐는데 큰 아이가 처음 새로운 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친구들과도 적응해야 하는데 이렇게 점점 미뤄지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잠잠해지길 빌고 있다”고 했다. 4살 아이를 뒀다는 한 부모도 “아이와 종일 씨름하다 보니 낮시간 재택근무는 언감생심”이라며 “아이를 재우고 집안 정리하고 밤에 노트북을 켜면 새벽 5시에 일이 끝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배지현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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