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교체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한달 만에 재개됐다. 정 교수 쪽은 ‘전자발찌를 포함해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며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 교수의 다섯 번째 재판이 열린 가운데, 재판부는 정 교수의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법원 정기 인사로 부장판사 세 명이 교대로 재판장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구성원 전원이 교체된 뒤 열린 첫 재판이다.
정 교수 쪽은 전자발찌 등 위치 추적을 포함한 모든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정 교수 쪽 변호인은 “피고인 방어권과 검찰의 기소권과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한 운동장으로 바로 세우려면 보석에 의한 석방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또한 직접 발언에 나섰다. 정 교수는 “참고인 조서를 보니 대학입시 비리 혐의에 관한 참고인들 진술이 모두 다르다. 제가 내일모레 예순이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고 몸도 좋지 않다. 제 기억과 다른 부분도 상당히 많은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배려를 해주신다면 과거의 자료를 자유롭게 보고 싶다. 전자발찌든 무엇이든 보석 조건 모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허위 자료를 통해 교육의 대물림이라는 특권을 유지하고 무자본 엠앤에이(M&A)에 편승해 약탈적 사익을 추구했다”며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주 우려가 크고 실제 은닉된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양쪽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새 재판부는 공판 갱신 절차를 밟은 뒤 재판 진행 방향을 정리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입시비리 주요 증인 16명의 신문이 필요하다”며 입시비리 의혹을 가장 먼저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모펀드·입시비리·증거인멸 의혹을 한꺼번에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이 신청하는 증인을 그때그때 번갈아 심리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 교수의 딸이 허위 스펙을 쌓았다고 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소장(18일), 피시(PC)를 임의 제출한 동양대 조교(25일),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30일) 등을 차례로 신문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가 심리하는 조 전 장관 사건과의 병합 여부는 해당 재판부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 쪽 변호인은 “과연 부부를 한 법정에 세워 조사하는 모습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효율성을 위한다지만 망신 주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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