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씨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시민분향소에서 남편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37)씨가 오는 7일 문 기수 죽음의 100일을 앞두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한과 분통 터지는 마음으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4일 밝혔다.
오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문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열린 시민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 “한국마사회는 남편이 죽은 근본적인 원인을 회피하는 태도를 넘어 유가족을 조롱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책임자인 문재인 정부는 유가족의 호소를 외면한 채 공권력을 앞세워 추모 공간을 무자비하게 폭력 철거하는 것으로 답했다”며 “남편이 눈물과 고통으로 써 내려간 유서 3장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97일째 상복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유가족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씨는 한국마사회가 문 기수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씨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시민분향소에서 열린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한국마사회의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등을 비판하는 유서 3장을 남긴 채 숨졌다. 이에 문 기수 유가족들은 정부청사 근처에 고인의 관을 모셔두고 이날로 97일째 장례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이틀에 한 번씩 고인의 관에 드라이아이스를 직접 바꿔 넣으며 죽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문 기수의 시민분향소와 농성 천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저지하던 오씨가 탈진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시민대책위는 석 달이 넘도록 억울한 죽음을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유가족을 단식으로 치닫게 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와 다름이 없다”며 “오는 7일 죽음을 멈추는 희망 차량 행진 등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씨와 함께 단식에 돌입하는 인권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는 “분향소 철거 이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을 가졌지만 오히려 청와대가 ‘힘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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