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고의로 낮추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소송 제기 배경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1차 소송에는 주주 32명(3만5597주)이 참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로 구성된 대리인단은 추후 삼성물산 개인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원고로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주주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삼성의 진정한 쇄신을 위한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번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는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 회사법인뿐만 아니라 합병에 찬성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이사와 감사위원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에 가담한 법인 및 대표이사, 회계법인 등이 포함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위해 삼성물산 가치는 고의로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5년 당시 삼성물산에 손해가 되는 합병비율(제일모직:삼성물산=1:0.35)에 찬성했던 6명의 이사들이 여전히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6명의 이사 해임과 이사회 개혁이 급선무라고 지적하면서 “3월에 (삼성물산) 주총을 앞두고 있는데, 그 전에 삼성물산과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2015년 7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계약 안건 관련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기자회견에서는 전례 없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삼성 봐주기’ 판결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이 부회장 뇌물죄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리인단의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시점에 존재했어야 할 준법감시위를 재판부의 요구로 급조하고, 이것이 양형에 반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판결한다면 재판부가 ‘법 앞의 평등’은 없다고 국민에게 선언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사장 등을 연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의 ‘최종 수혜자’인 이 부회장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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