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탑승객 14명 모두 건강한 상태
비좁은 객실에 격리된 채 ‘감옥’같은 생활
그럼에도 “한국인이라서 안심돼” 애국심 드러내
“컵라면 대신 태극기 보내달라” 특별 주문도
‘일본여행 간 매국노’ 악플에는 상처 받아
비좁은 객실에 격리된 채 ‘감옥’같은 생활
그럼에도 “한국인이라서 안심돼” 애국심 드러내
“컵라면 대신 태극기 보내달라” 특별 주문도
‘일본여행 간 매국노’ 악플에는 상처 받아
일본 정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총 218명(13일 오전 집계). 이 배에는 탑승객·승무원 포함해, 한국인 14명이 10일 넘게 격리돼 있다. 일본 정부의 판단에 따라 전체 탑승객의 하선이 금지된 지금, 한국인 탑승객의 상황은 어떨까?
13일 <폰터뷰> 제작진은 일본 요코하마 현지에 있는 윤희찬 요코하마 총영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최근 ‘에스엔에스’(SNS), 휴대폰, 객실 유선전화 등으로 한국인 탑승객과 소통해왔다.
일본 크루즈선 내 한국인 탑승객의 건강, 현재 괜찮은 상태일까? 윤 총영사는 “13일 오전 중에 확인한 바로는 모두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분들에게도 어제 필요한 약을 지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50여개국 출신의 탑승객이 한 대형 크루즈선에 갇혀 격리된 특수 상황에서도 한국인 탑승객의 경우 한국 총영사관과의 꾸준한 소통과 물품 지원에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윤 총영사는 설명했다.
윤 총영사는 “한국인이라 안심되고 국가가 자랑스럽다며 ‘태극기’를 요청한 승객들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 탑승객 중 인터넷을 통해 ‘일본 여행 간 매국노’라는 악플을 보고 상처받은 분들도 있다.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윤 총영사와의 일문일답
Q. 일본 크루즈선 내 한국인들의 건강 상태가 어떤가?
A. “오전 중에 확인한 바로는 모두 건강한 상태다.”
Q. 지병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부족한 분들도 있다는데?
A. “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분들에게도 해당 약품 잘 전달됐다.”
Q. 탑승한 한국인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A. “한국인 탑승객 연령대의 경우 60~70대 분이 가장 많다. 승무원들은 20~30대로 젊다.”
Q. 선내에서 식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A. “(코로나19) 감염 문제로 탑승객 모두 객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승무원들이 객실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Q. 식사는 충분히 잘 전달되고 있는 상황인가?
A. “크루즈선이 격리되기 전까지는 식사가 푸짐하게 나왔다고 한다. 격리 이후에는 이전보다는 훌륭하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Q. 탑승객들이 객실에 격리돼 있는 상태라면 갑판이나 식당 등 다른 곳으로의 이동은 아예 불가능한가?
A. “탑승객은 본인 객실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다만 탑승객을 위해 이틀에 한번씩 1시간 정도 갑판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Q. 총영사 쪽에서는 그동안 한국인 탑승객과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해왔나?
A. “휴대폰이 없는 분들은 유선 전화로 객실에 직접 전화를 넣거나, 에스엔에스·휴대폰 등으로 소통하고 있다.”
Q. 한국인 탑승객이 가장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은 뭔가?
A. “세탁물 처리 등 객실 서비스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했다.”
Q. 좁은 객실에서 지내다보면 심리적으로 힘들 텐데.
A. “상당히 좁은 방이지만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영화 등을 보면서 지내고 있는 걸로 안다. 어제 일부 승객과 통화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목소리도 밝았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각 객실에 창문이 있어서, 창밖을 보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총영사관에서 따로 우리 승객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어떤 물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나?
A. “어제(12일) 처음으로 한국인 탑승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했다. 한국인 승무원, 탑승객 14명 가운데 12명이 물품을 요청해왔다. 오랫동안 선실에 있다 보니 김치, 라면, 김 같은 한국 음식이 그립다는 분들이 있었다. 이어 칫솔, 치약, 의약품(파스, 비타민) 등 12개 품목 155점을 전달했다.”
Q. 크루즈선 안으로 직접 전달했나?
A. “크루즈선 안으로 직접 갈 수 없다. 일본 측을 거쳐 물품을 각 호실 별로 전달한다. 확인해본 결과 잘 받았다고 한다.”
Q.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은 없을까?
A. “하루에 2회씩 자가진단한 뒤 결과를 제출한다고 한다. 한국인 탑승객 중에서 아직까지 감염된 분들은 없다.”
Q.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요즘 같은 시기에 일본 배를 왜 탔냐’는 비난 댓글도 상당수 있다. 이런 걸 보고 심정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었나?
A. “아무래도 그렇다. 일본 크루즈선 관련 국내 기사들에 ‘매국노’ 등 비난 댓글을 보고는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저희 쪽에서도 가능하다면 비난 댓글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 드린다.”
Q. 일본 내에서는 문제의 크루즈선을 두고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접시’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이 배가 감염 확률이 높은 격리 공간으로 비치고 있다. 한국인 탑승객이 하루 빨리 하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되나?
A. “오늘도 추가 감염자가 44명이 나와서, 총 감염자가 218명이다. 잠복기간 2주가 지나는 2월19일이 되면 하선시키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지금처럼 확진자가 계속 나온다면 (하선 시기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Q. 지병이 있는 사람이나 80대 이상의 노인은 하선해도 된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는데.
A. “어떤 기준으로 지병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일본 정부가 그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발표를 안 했다. 그래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Q. 한국인을 따로 이송할 수 있는 계획은 없나?
A. “우리 국민만 그렇게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해나가겠다 게 정부의 입장이다.”
Q. 한국인 탑승객들이 그간 소통하면서 따로 전한 메시지가 있다면.
A. “컵라면 대신 태극기를 주문한 승객분들도 있었다. 이분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서 이런 상황에서도 안심되고, 국민들께도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태극기를 특별 요청하셨다. 현재 일본 크루즈선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는데, 이분들이 달아 놓으신 것이다.”
취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연출 조성욱 피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한국인 탑승자 <요코하마 총영사관 제공>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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