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유튜브 화면 갈무리
#1.
지난 19일 유튜브에는
‘부자 되는 단타 투자 종목 정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는 “전염병 투자는 추세가 있다. 중국발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국내 주식 시장은 기회였다”며 ‘감염→병원→치료→완치’의 순으로 진행되는 추세에 올라타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에는 “테마주로 본 신종 코로나, 지금이 기회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27일에는 “확진자 발생! 당장 공략해야 할 우한 폐렴 관련주는?”과 같은 영상이 올라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인한 위기가 되레 부자가 될 기회라고 선전하는 유튜브 방송들이다.
비슷한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에스엔에스 대화방도 늘고 있다. 오픈카톡방에는 “재난은 곧 부자가 될 기회”, “역병으로 인생 역전” 같은 제목을 단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대화방들에선 추세별 유망주 정보를 소개하는데, 동물의약품 업체, 백신 업체, 의료기기 업체 등이 ‘비밀 종목’으로 추천됐다. 특히 중국의 대응이 무능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제조업이 단기적 불능 상태에 빠질 테니 저렴한 국내 중소 제조업 주식을 사라는 식의 추천도 호응을 받고 있다.
#2.
서울 금천구에서 한우 가게를 운영하는 김형주(가명·50)씨는 지난 29일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가게에 비치할 손 세정제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4천원 정도면 살 수 있던 손 세정제가 2만원으로 가격이 훌쩍 뛴 것이다. 사람들의 공포를 노린 상술이 기막혔던 김씨는 이 상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게시글을 본 사람들은 “아무리 장사라지만 진짜 한국 너무한다”며 차라리 ‘소독용 알코올 사서 70%로 만들어 분무기에 넣어 사용하세요’, ‘증류수와 생리 식염수, 글리세린 20%를 섞어도 좋습니다’ 등의 조언을 했다. 폭발적인 수요로 소독제와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면서 일부 업체들은 관련 상품의 가격을 10배 이상 올려 팔고 있기도 하다. 개당 100원 정도 하던 일반 마스크를 1500원에 파는 쇼핑몰이 있는가 하면, 차단 효과가 큰 ‘케이에프’(KF) 마크가 붙은 마스크의 경우 20개들이 3만원 정도 하던 가격이 8만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튜버들과 누리꾼들, 업체들이 이를 기회 삼아 도를 넘는 상술과 분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위기의 틈을 노린 ‘가짜뉴스’ 유포와 스미싱 등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29일 대구에선 유튜버 4명이 동대구역 광장과 인근 도로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을 가장한 영상을 촬영하는 몰래카메라를 찍다 경찰에 붙잡혔다. 감염 환자 역할을 맡은 두 명이 대로를 가로질러 도망가고 방진복을 입은 두 명이 이를 추격하는 영상이다. 시민들은 실제 상황이라고 착각했고,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박쥐 등 야생동물이 신종 코로나 숙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후 ‘박쥐고기 먹방’ 등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은 아예 신종 코로나를 정쟁화하며 조회수 장사를 하고 있다. 한 유튜버는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을 싸잡아 비난하며 ‘재앙이 끊이지 않는 문재X 정권’ 등의 표현을 쓰는 영상을 지속해서 올리고 있다. 이 영상은 조회수가 수십만에 달하고 있다.
노년층들이 주로 속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중심으론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믿거나 말거나’ 상품도 널리 팔리고 있다. 참여자 수가 1200명에 달하는 한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카르베 살균 소독제’라는 이름의 ‘MHS-90 몰약 분말’이 팔리고 있었는데, 상품 설명을 보면 “영장류가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99.9%를 예방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소독제 500㎖ 한 통은 3만 2500원, 몰약 분말 복합 추출물은 30㎎ 1병이 7만 원에 팔고 있다.
신종 코로나를 이용해 문자메시지에 인터넷 주소(URL)를 찍어 보내는 스미싱 범죄도 등장했다. 경찰은 ‘국내 우한 폐렴 급속 확산 감염자 및 접촉자 신분정보 확인하기’라는 제목과 함께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인터넷 주소를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로 발송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한 공중파 방송국 인터넷 기사 양식을 따서 ‘[속보]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다섯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라는 제목을 달아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건과 공공기관 보고서처럼 꾸며 경남의 한 병원에 신종 코로나 의심자가 이송 격리 조처됐다는 내용을 메신저 등으로 뿌린 사건 등도 경찰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사이버 대책상황실’을 운영하여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관계기관 핫라인을 구축해 급속하게 퍼지는 가짜뉴스에 실시간 대처를 하는 동시에 지방청 및 일선 경찰서에서 내·수사 중인 사건을 지원하고 있다. 또 세종지방경찰청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모니터링 요원 46명을 지정해 주요 포털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질병 관련 근거 없는 의혹 제기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관련자 개인정보 유출 △병원 폐쇄 허위정보로 인한 업무방해 등을 중점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30일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생산·유포행위와 질병 이슈를 악용한 스미싱 범죄 등은 철저하게 수사해 엄정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완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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