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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19년 마음 한 장] 마주 잡은 손의 온기

등록 2019-12-29 09:13수정 2019-12-29 11:29

⑧ 이정아 기자가 꼽은 2019년 마음 한 장

2019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맨 마지막날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았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다짐하며 `2019년 마음 한 장'을 9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여덟째는 이정아 기자가 꼽은 사진입니다.

티엘의 마지막 짐가방을 꾸리던 친구가 가만히 다가와 티엘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티엘의 마지막 짐가방을 꾸리던 친구가 가만히 다가와 티엘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우물가가 이랬을까 싶습니다. 저마다 마음 속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세간에 떠들석한 이슈는 사방 가지를 뻗어가지요. 어떤 이야기는 곁을 스쳐가고, 어떤 이야기는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어떤 이야기는 누군가의 마음에 싹을 틔워 그 다음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지난 가을, 지역의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섬기고 있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 사제인 자캐오 신부의 페이스북에서 만난 티엘의 이야기도 그러했습니다. 그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왔으나 험한 세월 끝에 병든 몸으로 귀국행을 택하게 된 이주노동자였습니다. 그런 처지의 이주노동자가 어디 티엘 뿐이었을까요. 그러나 자캐오 신부와 그 공동체 식구들은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어, 그의 여생을 위한 여비를 마련하고자 성금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고, 누군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사람들의 정성이 모였고 티엘은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예상보다 훨씬 더 이른 티엘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티엘은 세상을 떠났고, 남아있는 우리들의 세상은 여전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갈 길도 아직 멉니다. 최종의 목표가 너무 거대해 보일 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냉소 뒤에 숨어 “그것 봐, 아무 소용 없잖아.” 변명하고 싶기도 합니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지요. 저는 새해에도 냉소 대신 `지금 가능한 최선'을 택하려 합니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마음일지라도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걸으며 손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모두에게 훨씬 더 큰 위로인 동시에 다음 단계를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자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며 독자님들께 신년 인사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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