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을 와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의장을 비롯해 노조 와해 공작에 가담한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등 7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조직적인 노조 와해 행위에 대해 2013년 첫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6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관련기사 4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인정보보호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관련 피고인 32명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삼성 경영진이 노조 운영에 개입해 노조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해 불이익을 준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이를 기획하고 실행한 삼성 쪽 고위 임원 5명과 삼성전자 노사전략 자문위원 및 정보경찰 2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노사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소속이었던 강경훈 부사장은 나란히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각각 징역 1년, 1년6개월, 1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삼성 노조 와해에 가담한 전직 정보경찰 김아무개씨와 송아무개 노무사는 징역 3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 외에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와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이 의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이른바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에는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상황실 등이 꾸려져 이를 실행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게 무마용 금품을 건넸고,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임직원이나 정보경찰도 적극 개입해 삼성의 노조 와해를 도왔다. 재판부는 삼성이 만든 수천건의 노조 와해 문건을 삼성그룹부터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조직적인 공모’의 증거로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의 관계가 적법한 도급이 아닌 ‘불법 파견’이라는 점도 새롭게 인정했다.
이날 선고로 2013년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 공개 뒤 시작된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두 사건은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검찰이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6천여건의 문건을 발견하며 재수사가 시작됐다. 2015년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재판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예지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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