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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바 증거인멸’ 부사장 3명 실형…법원 “조직적 범행”

등록 2019-12-09 17:38수정 2019-12-10 02:11

각각 징역 1년6개월∼2년 선고
상무·부장·대리급 5명은 집행유예

분식회계 의혹은 판단 안내려
“수사 쟁점 인식하고 자료 감춰”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지난 8월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지난 8월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재판부는 삼성 내부의 업무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하 직원들이 상사 지시에 적법과 불법을 따지지 않고,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그 지시를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문화라면 과연 그것이 세계적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바람직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 증거인멸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는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직원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증거를 인멸하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국민들은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해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그 성장도 법과 절차를 따르면서 공정하게 이뤄질 때 국민으로부터 응원을 받을 수 있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이날 이왕익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2년, 김홍경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부사장과 박문호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위나 역할, 범행 가담 정도를 고려해 상무·부장·대리급 직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상현 상무와 보안선진화티에프 소속 서보철 상무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양아무개 상무와 이아무개 부장 등 실무자 3명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증거인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대담성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며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자료를 인멸하고 은닉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었고 본안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퉈질 거라 인식한 것만으로도 이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충분하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범행 배경이나 동기로 언급된 문구(‘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관련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행된’)도 직권으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분식회계 사건이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인멸 혐의 먼저 판단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수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기소돼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검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부사장 등은 지난해 5~6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에피스의 회계 관련 자료에 대한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보고서를 은폐하거나 조작하기로 결정한 뒤 제이와이(JY·이재용), 합병, 미전실 등 특정 단어가 들어간 자료를 대대적으로 삭제했다. 수십 테라바이트에 이르는 삼성바이오 공용서버와 노트북 수십개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에 숨기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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