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대기·해양 환경 관측 위성인 천리안2B호에 대한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 4일 오후 2시30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천리안2B호 위성에 대한 막바지 점검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로 2.9m, 세로 2.4m, 높이 3.8m의 천리안2B호는 온몸에 황금색 단열재를 두른 채 이동을 위한 장비 위에 올려져 있었다. 천리안2B호는 내년 1월5일 대전의 항우연을 출발해 2월께 남미의 프랑스령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지구를 떠나 지구로부터 약3만6천㎞ 떨어진 우주 궤도까지 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지난 4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항우연에서 개발 중인 대기·해양 환경 관측 위성인 천리안2B호의 실물을 공개했다. 천리안2B호는 지난해 12월 발사된 기상 관측 위성인 천리안2A호의 쌍둥이 위성이다. 천리안2A·B호는 2010년 발사된 천리안 1호의 임무를 이어받았다. 환경부 등 관계기관은 2012년부터 천리안2호 개발을 추진했는데, 1호에는 없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위성의 몸체를 키우는 대신 2개의 쌍둥이 위성을 운영하기로 했다. 천리안2A호에는 기상 관측, 천리안2B호에는 대기·해양 관측 기능을 담았다.
천리안2B호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상의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초분광센서(환경탑재체)를 달았다는 것이다. 이 위성은 정지궤도를 돌며 초분광센서를 통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뿐 아니라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폼알데하이드(HCHO), 오존(O₃) 등 20여 가지 대기오염물질 정보를 수집한다. 대기환경을 관측하는 위성을 정지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은 세계 최초다. 정지궤도는 적도 상공 약 3만6천㎞의 궤도인데, 이곳에 있는 위성의 공전 주기는 지구 자전 주기와 같아 늘 한곳에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천리안2B호 위성에 달린 환경탑재치와 해양탑재체 등을 묘사한 컴퓨터그래픽(CG).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앞으로 천리안2B호에 달린 환경탑재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네시아 북부, 몽골 남부까지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환경을 관찰하게 된다. 위성의 환경탑재체를 통해 다른나라의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으로 어떻게 얼마나 이동하는지 확인하고,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더 정확하게 산정해 지상관측에서 누락된 배출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렇게 수집된 국·내외 대기환경 정보를 활용하면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세울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원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장은 “동아시아 전체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천리안2B호를 통해 모은 동아시아의 대기 정보를 각 나라에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탑재체 옆에 나란히 달린 해양탑재체는 적조, 녹조 등 해양 재해를 관측하기 위한 장비이다. 천리안 1호에도 탑재됐던 것인데, 천리안2B호는 1호보다 해상도·산출정보수 등의 성능이 2배 향상됐다. 오염물질 해양 투기와 함께 바닷물의 수질을 감시하고, 해류(바닷물의 흐름)·해무(바다 위의 안개)도 관측한다.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해양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맡는다.
한국이 천리안2B호 발사를 직접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회사인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를 이용하고, 발사도 이 업체에서 대행한다. 발사 뒤 대기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위성 추진체를 작동해 천리안2A호가 가 있는 정지궤도까지 움직인다. 환경부는 천리안2B호가 제 궤도에 안착하면 시범 운영 시간을 거친 뒤 2021년부터 이 위성의 대기환경 정보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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