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7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사법관노조’ 뱅상 샤르무알로 사무총장.
입법부와 행정부가 주축인 ‘이권국가’ 프랑스에서 사법관(판사·검사)들은 노조를 통해 독립성을 지킨다. ‘사법관노동조합’과 ‘사법관노동조합연합’이 주축으로, 사법관 8천여명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했다.
지난 9월17일 프랑스 파리 법무부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프랑스 ‘사법관노동조합’ 뱅상 샤르무알로 사무총장은 “노조는 최고사법평의회가 법관을 징계하거나 임명할 때 불공정한 부분은 없는지, 외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감시한다. 각 노조에 가입한 평의회 구성원들을 통해 평의회 활동에 관한 평가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법관 대다수는 노조에 가입한다. 노조는 사법관의 신분과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징계 등을 관장하는 최고사법평의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하며, 비사법관이 포진한 평의회에서 사법관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징계에 참석하는 6명의 사법관도 ‘사법관노조’와 ‘사법관노조연합’ 중 한곳에 가입돼 있다.
프랑스 파리 법무부 건물에 있는 노조. 문에는 노조 창립 40돌·50돌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노조는 법원 밖 문제에도 목소리를 낸다. 프랑스 사법관들은 노조를 통해 사회문제에 귀 기울이고, 필요하면 의견을 낸다. 샤르무알로 사무총장이 활동하는 ‘사법관노조’에는 사법관 2천여명이 가입돼 있고, 진보적 색채를 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노조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려면 사법관 업무와 병행할 수 없다. (현재는) 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최근 논의된 소년법 개정안이 ‘청소년 수감 감소’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한국의 대표 법관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근 법관이나 사무 공간이 없는 협의체로 운영되고, 주로 법원 내부 사안과 관련된 논의에 집중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판사들이 재판을 하면서 느끼는 사회적 부조리나 사법 행정의 문제점에 관해 논의하고, 목소리를 내는 창구 구실도 노조가 맡는다. 샤르무알로 사무총장은 “회사의 안전관리 부실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판사는 대기업이 관련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여겼고, 노조를 통해 이를 공론화할 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법관들의 활발한 사회 참여가 ‘중립적’인 자리에서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법관의 역할과 충돌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샤르무알로 사무총장은 “프랑스 사회도 고민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사법관들은) 일반 정치 활동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의’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고민하고, 부정의를 알리는 역할은 판사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글·사진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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