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헨리 그린버그 뉴욕주 변호사협회 회장. 뉴욕주 변호사협회 제공
“법관의 다양성(Diversity)은 법원의 정당성이 걸린 문제입니다.”
지난달 3일 미국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헨리 그린버그 뉴욕주 변호사협회 회장은 판사의 ‘다양성’에 법원의 ‘정당성’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린버그 회장은 뉴욕주 대법원의 대법관을 뽑는 법관지명위원회의 법률고문을 지냈고, 뉴욕주 항소법원 판사를 뽑는 법관심사위원회에도 참여했다. 뉴욕 상급법원의 법관 임용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그가 뉴욕 법관 임용의 열쇳말로 내건 단어는 ‘다양성’이었다.
뉴욕주는 대법관 선발에서 ‘실력’만큼이나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 뉴욕주 대법원의 법관지명위 정관에서 ‘다양성에 대한 책무’를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이 규정은 “대법관 후보를 지명할 때 인종, 민족, 젠더, 종교, 성적 지향, 지역적 배경, 사회참여 경험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법관의 다양성이 “법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공중의 신뢰를 높여 궁극적으로 정의 실현과 법적 신뢰, 도덕적 권위를 제고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린버그 회장은 “단순히 정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위원들이 대법관 후보를 고를 때 인종, 젠더, 지역의 분배를 심도 있게 고려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임명된 뉴욕주 대법관의 구성은 다채롭다. 대법관 7명 가운데 대법원장을 포함한 3명이 여성이고, 2명은 히스패닉계, 1명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1명은 성소수자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 중 8명이 ‘50~60대·서울대·남성’으로 채워진 한국의 대법원 구성과는 대조적이다.
왜 ‘법관의 구성’이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할까. 그린버그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자유의 여신상에 쓰인 것처럼 ‘이민자들의 피난처’인 뉴욕에는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경제적 배경이 뒤섞인 사람들이 함께 삽니다. 법원은 판사가 아닌 재판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고,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이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민자 수 200만명 시대의 한국이 고민을 시작해야 할 대목이다.
뉴욕/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년 기획취재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