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지사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지사가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일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이 신청을 인용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면 상고심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연말 안에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상고심 선고를 앞둔 이 지사가 지난 1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법률의 위헌성을 따져달라고 요청한 조항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 허위사실공표죄와 형사소송법 383조 상고이유이다.
공직선거법 250조 1항 허위사실공표죄 규정에 담긴 ‘행위’와 ‘공표’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등에 반한다는 취지다.
이 지사 쪽은 형사소송법 383조에 대한 판단도 구했다. 이 법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해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거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사 쪽은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등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만큼, 이 경우도 양형 부당을 다툴 수 있는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며 형사소송법 383조가 과잉금지 및 최소 침해 원칙 등에 반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 9월6일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상고심은 원심 판결 이후 3개월 이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12월5일 안에 상고심 선고가 날 전망이다. 이 경우 올해 안에 이 지사의 정치 생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사건은 헌재로 넘어가면서 이 지사가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법원 선고가 중단되기 때문에 1~2년 이상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때문에 이 지사가 상고심을 늦추기 위한 지연전략을 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의 상고심 사건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배당돼있다.
앞서 백종덕 더불어민주당 여주 양평지역위원회 위원장, 조 신 성남중원지역위원회 위원장 등은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에 같은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의 ‘행위’와 관련해 “‘행위’의 범위를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정도로 제한하지 않다 보니 후보자의 적법한 직무 행위조차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 비상식적 판결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이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행위’의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 개방적으로 해석하여 ‘불법한 직무’ 행위를 부정한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적법한 직무’ 행위조차 숨기려 했다고 보아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점을 들었다.
또 제250조 1항의 ‘공표’와 관련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공표’의 의미를 ‘하지 않은 말’까지로 확대 해석, 후보자의 사정을 유추하여 판결을 내렸다”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발언자의 의도가 재판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거짓말로 간주된다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마녀재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 383조에 대해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선고로 1360만 경기도민의 정치적 합의는 무효가 될 위기에 처했고, 당사자는 정치 생명이 끊기는 것은 물론 막대한 선거비용 반환에 따른 경제적 파산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직선거법 판결은 그 형량 자체를 넘어 중형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결과를 좌우함에도 양형의 부당함을 다투기 위한 3심제 재판을 불허하는 것은 입법 부작위이자 권리 박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지연 전략 아니냐는 지적에 이 지사 쪽은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최우리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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