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별점 테러 넘은 〈82년생 김지영〉 이번엔 가짜 명대사 조롱

등록 2019-10-29 16:16수정 2019-10-29 17:44

포털 명대사 코너에 “아몰라!” “쿵쾅쿵쾅” 등 영화에 없는 대사 등록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일부 누리꾼들의 ‘별점 테러’를 뚫고 지난 27일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이번에는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 코너에 영화에 나오지 않은 대사를 명대사로 줄지어 등록하는 새로운 백래시(반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82년생 김지영>의 네이버 소개를 보면, 명대사를 적는 곳에 영화에는 실제로 등장한 적 없는 문장들이 도배되어 있다. “아몰랑!”, “쿵쾅쿵쾅”, “하루 종일 티브이 보다가 애 데리러 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요?”, “(스타벅스에서 맘들과 남편 욕하며) 아이씨 벌써 애 데리러 갈 시간인데”,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이거 완전 독박 육아잖아”, “어맛 징검다리 연휴에 갑자기 생리가 터져”와 같은 대사들인데, 대체로 여성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담긴 내용이다. 지난 5월 ‘여경 혐오’ 논란으로 번졌던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을 비꼬아 “(앞에 있는 남자 시민에게 주취자를 제압하게 하는 여경) 잡으시라고요. 빨리빨리!”와 같은 문구를 남긴 이도 있다.

이런 문장들은 그대로 실제 영화 속 대사로 오인돼 온라인 커뮤니티나 에스엔에스(SNS)에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와 에스엔에스서는 ‘82년생 김지영 명대사 상황’이라는 제목과 함께 이같은 문장을 갈무리한 사진이 공유되고 있고, 일부 누리꾼들은 “좋아요를 누르러 가야겠다”고 반응했다. “82년생 김지영에서 한 대사라고 하는데 진짜인가요?”, “정말 저런 대사가 나오는 거냐. 이해가 안 간다”라는 글을 올리며 실제 영화 대사가 맞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다.

앞서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영화 관련 사이트 등에서 ‘별점 테러’를 당하는 등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의 반발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 15일에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나 영화에 공감을 표한 유명인들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일도 있었다. 배우 정유미씨는 영화의 주연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왜 페미니즘 영화에 출연하느냐. 보이콧하겠다”는 비난을 받았다. 방송인 이혜원씨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내가 아니면 모르는 경험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관람 후기를 남겼다가 악성 댓글을 받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중문화평론가는 황진미씨는 “<82년생 김지영>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 영화”라며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여성은 영화에 공감하지만 이런 일상을 문제라고 여기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 속 문제의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향한 조롱은) 여성이 주체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소음을 만들려는 현상”이라며 “그 일환으로 있지도 않은 명대사를 만들어 ‘가짜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도 “한국 사회가 여전히 여성이 발언하고 자신의 몫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영화를 계기로 관객들이 자신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성차별 문제를 공론장으로 올리다 보면 젠더 갈등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