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에 앞서 ‘인천다문화합창단' 단원들이 공연장 로비 특별 무대에서 공연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21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건물에서 귀에 익은 노래 ‘거위의 꿈’이 흘러나왔다.
“난 꿈이 있었죠/ …(중략)… /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가냘픈 미성이었다. 아름다운 화음은 어린아이들의 합창이었다. 노래의 주인공은 ‘인천 다문화합창단’ 단원들이었다. 아이들은 며칠 뒤 열릴 ‘2019 인천 합창 대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창 연습 중이었다.
정인자 단장은 “8년 전에 시작된 인천지역 다문화 부모님들의 한글 공부 센터에서 시작되었는데 같이 온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어디에 맡길 곳도 없고 해서 한쪽에서 노래를 가르친 것이 합창단의 시초가 되었다”고 했다.
각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무대에 오르기 전 단장하는 ‘인천다문화합창단' 단원들.
합창단에 다섯살 때 가입했다는 초등학교 6학년 신마이야는 “무대 공연 전후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좋아요. 노래는 나의 삶에서 비타민 같아서 노래를 부르면 기운이 나고 흥이 난다”고 했다. 옆에 있던 같은 학년 김예린도 말을 보탰다 “노래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라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김예술은 “내가 배운 노래 가운데 ‘거위의 꿈’이 너무 좋다. 가사가 좋아 희망이 솟는다. 노래는 나에게 ‘힘’이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같은 학년 수와는 “노래를 부르려면 목 관리를 해야 해서 동생들을 큰소리로 야단치고 싶어도 못한다”며 웃었다.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가족들과 함께 노래 부를 때면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음대를 졸업하고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최효성(28)씨는 “아무래도 여러 문화권의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악보뿐만 아니라 한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서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아이들하고 노래 부르는 것은 항상 즐겁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때론 진지하게 음악을 생각하고 노래의 완성도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할 때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과 노래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면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 노래 한 곡 한 곡을 한국어로 부르면서 성취감이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인천 논현역 근처 합창단 연습실에서 공연에 앞서 연습을 하던 두 어린이가 노래하는 동안 손을 꼭 잡고 있다. 인천/김봉규 선임기자
인천 다문화합창단은 지난 25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9 인천 합창 대축제’에서 ‘거위의 꿈’과 ‘수고했어 오늘도’ 두 곡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앙코르를 연거푸 외치며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소리가 공연장에 가득했다.
25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다문화합창단'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인천/김봉규 선임기자
대기실에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단원들. 인천/김봉규 선임기자
‘인천다문화합창단' 단원들이 25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 로비 특별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인천/김봉규 선임기자
‘인천다문화합창단' 단원들이 25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 로비 특별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인천/ 김봉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