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한 삼성그룹 차원의 ‘승계작업’이 존재했다고 인정하면서,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보는데, 대법원이 삼성 승계작업의 존재를 ‘공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지도록,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합병 전에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부채’를 숨겼고, 합병 뒤에는 이로 인해 발생한 자본잠식 위기를 피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방식의 ‘회계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의 근원적 배경에 2015년 합병이 있는 셈이다.
반면, 삼성은 이번 사건이 2015년 합병과는 전혀 관계없이 이뤄진 단순한 회계 문제라고 주장한다. 2015년 합병과 연결될 경우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 부회장과도 밀접하게 얽히기 때문에, 삼성 쪽은 이 대목에 대한 방어에 집중해왔다.
대법원의 이번 선고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의 주요 방어선이 무너지게 됐다. 2015년 합병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같은 시기 벌어진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의 ‘이유’도 뚜렷해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건네도록 지시한 사실을 대법원이 인정하면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과정에도 이 부회장 본인이 직접 개입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경영과 회계 문제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보고받은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과 보고서 등을 다수 확보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작업에 직접 관여했다면, 삼성바이오 콜옵션 부채 문제와 회계방식 변경 등 회계사기와 관련된 결정적 상황도 직접 보고받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선고로 검찰이 회계사기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소송 전문가인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와 같은 형사사건에서는 ‘고의성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회계처리를 두고도 과실인지 고의인지 판단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검찰이 더이상 회계사기의 배경에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구구절절하게 입증할 필요가 없다. 대법원 판결 자체가 권위있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인사로 수사팀이 교체된 검찰은 현재 사건 ‘본류’인 회계사기 부분에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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