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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딸 ‘편법입학’ 박희태는 사퇴했지만, 조국은 끝까지 간다”

등록 2019-08-22 15:22수정 2019-08-22 15:38

강희철의 법조외전(69)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관련 의혹 연일 불거지며
“임명돼도 정상적 직무수행 가능할까” 법조계 의문 증폭
큰딸 논문·장학금 수령, 사모펀드 ‘국민 정서법’ 건드려
여권에서도 우려 나오지만 청와대는 “실정법 위반 없다”
YS 때 박희태 법무 딸 편법입학 의혹 불거지자 자진사퇴
“조국-문 대통령은 ‘이념적 동지’” 사퇴없다는 전망 많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사 생활하면서 참 숱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봤지만, 역대에 이렇게 시끄러운 경우가 있었나 싶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이 ‘웃프다’라는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동석했던 몇 사람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화제로 삼다 나온 얘기다.

정말 하루가 다르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온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딸 논문 ‘제1 저자’ 등재·장학금 수령, 사모펀드 투자, 부동산 위장매매, 채무변제 회피, 세금 탈루, 위장전입 등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이나 논란을 헤아리기에 한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됐다. 추가 고발도 이어질 조짐이다. 만약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다면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진기록이 불가피해진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쳐놓더라도, 이 역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저렇게 너덜너덜해져서는, 기어코 장관이 되더라도 직무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무부 장관은 법치수호의 상징과도 같은 자리인데, 당장 검사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법무부 영문 표기에 괜히 저스티스(Justice·정의)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닌데. (조 후보자가) 가족 등 주변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모르거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의 벽에 갇혀 있거나. 이번에 본인 청문회 준비한 것을 보니,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에서 왜 그렇게 많은 낙마자가 나왔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 낙마 사례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난 2000년 이후 고위 공직 후보자 낙마율을 보면, 김대중 정부 12.5%, 노무현 정부 3.7%, 이명박 정부 8.8%, 박근혜 정부 9.2%였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4월 기준 17.5%를 기록했다.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자료) 5년 임기 중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앞선 네 정부 평균(8.55%)의 두 배가 넘는다.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 중 낙마자는 11명,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 중 낙마한 사람은 8명이나 된다. 각각 11명씩 낙마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록에 다가서는 수치다. 경실련이 지난 4월 각계 전문가 310명을 조사한 결과, 문 정부 주요 정책 중 ‘인사정책’이 10점 만점에 3.9점으로 최하점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야당이 ‘인사참사’라고 공격하는, 이들의 인사검증을 지휘한 책임자가 바로 조 후보자다. 그는 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민정수석으로 일한 2년 2개월의 상당 기간 ‘인사검증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사퇴 압박을 받은 것도 여러 차례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다. 안 전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전력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되면서 결국 자진해서 사퇴하고 말았다. 그의 혼인무효 판결문을 입수해 공개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해당 판결문은 공식 절차를 거쳐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것”이라며 “야당 청문위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 눈감은 조국 수석은 사퇴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법조인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대법원 판결문도 확인해보지 않고, 대체 무엇을 검증했다는 거냐”는 지적이 나왔다.

“예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에 법조인이나 특히 검찰 출신을 선호한 이유가 있다. 아주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인사검증인데, 어떤 후보자를 제대로 스크린하려면, 그 사람이 써내는 문서, 하는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전제해놓고 시작해야 한다.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남의 치부를 들춰보고, 짚어낼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도 직업적으로 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 전 수석은 평생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학자 출신이다. 법대 교수라고는 하지만, 이론 말고 현실에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자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관 후보자 지명을 앞두고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이 틀림없이 있었을 텐데, 지금 터져 나오는 일이 문제 되리라는 생각을 아예 못한 것 같다.”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법조인)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누가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또 하나의 실패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인사 발표 전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현재 언론상에 나오는 이슈들이 검증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검증 시스템과 메커니즘은 민정수석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증은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조 후보자는 ‘셀프 검증’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을 차기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기 위해 사전 검증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사가 나온 시점이 지난 6월25일이다. 민정수석실이 공식 검증에 들어갔다는 기사들에 대해 청와대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여론의 반응을 살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7월26일 조 수석이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2주가 흐른 지난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인사검증에 대해 잘 아는 법조인들은 이 정도 기간이면 검증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설령 ‘조 수석’의 재임 기간에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다 해도 “검증 담당자들이 대부분 조 수석 휘하에 있던 사람들인데 전혀 모르는 사람 까뒤집 듯 검증을 했겠느냐”(검찰 출신 변호사)는 의문에는 설득력이 있다.

조 후보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민정수석 때 만든 ‘인사검증 7대 기준’을 어긴 것은 없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언론의 연이은 의혹 제기에도 그는 “억측과 오해를 삼가달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 출석해서는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야당 비판에 “공직 인사 배제 원칙인 7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맞섰다. 그의 마음 속 검증 기준을 보여주는 말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 가운데는 아직 실정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흔히 ‘국민정서법’이라고 부르는, 국민 일반의 ‘감정선’을 건드린 사안이 벌써 여럿이다. 특히 자녀 교육이 그렇다. 처음 딸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자신이 민정수석일 때 만든 ‘7대 기준’을 근거로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22일에 개정된 청와대 ‘7대 기준’ 가운데 위장전입 관련 규정은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으로 이전보다 기준이 완화됐다. 조 후보자가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9년 딸과 함께 서울 송파로 주소를 옮겼던 일은 이 기준에 따르면 위반이 아니다. 기준 연도 이전이고, 횟수도 한 차례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민정수석일 때 고친 규정 덕을 자신이 보게 된 셈이다.

매일 새로운 팩트가 나오고 있는 ‘고1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이를 활용한 대학 진학,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면학’ 장학금 1200만원 수령 사실 등은 20~30대는 물론 그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분을 자아내며 악화일로에 있다. 이미 일부에선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비유하며 “승마대회에서 메달까지 타고도 처벌받은 최씨 모녀가 굉장히 억울해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 후보자 부녀와 최순실씨 모녀의 이름을 합성한 신조어들도 퍼지고 있다.

야당에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 취임사를 새삼 거론하며 조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의 행위가 온당한지를 묻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철회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에 3만명 이상 참여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다녔던 고려대와 서울대에선 이번 주말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재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까지 나섰을까.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이다. 민감하고 예민한 이슈가 교육 문제인데 우리 국민들이 결코 양보하지 못하는 기회의 평등 문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영외고를 들어갈 때, 고려대를 들어갈 때, 부산대 의전원에 들어갈 때 조 후보자의 딸이 가질 수 있었던 행운과 특별한 케이스는 각각 다 해명이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특별한 케이스의 연속이다. 이 독특한 사례들이 계속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 특히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도록 하는 대상일 수 있다. (조 후보자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내놓는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21일 발언 재정리)

박 의원은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어제 지역구에서 3시간 땀 흘리면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민심이) 심각하다. 저도 지금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자녀 문제만이 아니다. 재산 문제도 간단치 않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는 동안 배우자의 자녀들이 한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자기 가족의 전체 재산보다 20억원가량 많은 70억원대 투자를 약정한 일도 의문이지만,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인 10억여원을 ‘묻지마 투자’했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 투자엔 자녀들에 대한 사전 증여가 1억원(딸·아들 각 5천만원씩)이나 포함돼 있다. 물론 증여세 면세점을 넘지 않았지만, 28살·23살 나이에 부모에게서 5천만원씩을 증여받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 펀드 하나만 놓고도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차고 넘친다. 왜 하필 민정수석 재임 중 다른 보유주식은 대부분 매각-백광산업 한 종목만은 처분하지 않았다-했으면서 새로 펀드에 투자할 생각을 했을까. 왜 자기 재산(배우자 포함) 54억원을 다 처분해도 조달하기 어려운 74억원을 약정금액으로 정했을까. 후보자 쪽 설명대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약정이 맞나. 그렇다면 그 약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펀드를 소개하고, 평소 ‘총괄대표’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는 그의 친척과 이 펀드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자기 재산 10억여원-더구나 자녀들에게 증여한 1억원까지 포함된-을 투자하고도 손익을 알지 못했다는 후보자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이 펀드가 투자한 기업체가 관급공사를 짧은 시간에 수십건 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조 후보자는 애초 이 펀드의 정관과 계약 조건 등에 대해 공개 의무가 없다며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 내용이 드러난 것은 야당 의원들이 금융감독원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으면서다.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과거에 그가 쓰거나 올린 글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는 물론 신문 기고, 저작 등을 통해 조 후보자는 ‘입바른 소리’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글이 부메랑이 돼 그 자신의 수족을 옭아매는 형국이 됐다. 어느 법조인은 “입이 업이 돼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여론의 이목은 조 후보자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나 조 후보자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다. 청와대는 21일 “청문회를 통한 검증”을 강조하며 ‘사퇴 불가’를 선언했다. 조 후보자도 22일 “모든 것은 국회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진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정법에 걸린 게 없지 않으냐”는 한 비서관의 말은 청와대의 상황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엔 실정법 위반이 아니어도 물러난 사례가 여럿 있다. 26년 전 박희태 법무부 장관이 그랬다.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법무부 장관에 임명-당시는 청문회 제도가 없었다-됐던 그는 취임 10일 만에 사퇴했다. 딸이 대학에 특례입학했다는 시비에 휘말리면서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 전 장관의 딸은 3살 때 귀국해 줄곧 이중국적을 유지하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러고 이화여대에 외국인 특례로 합격하자 편법입학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보다는 사안이 훨씬 단순했고, 당시 대입제도의 맹점을 최대한 활용한 편법이긴 했어도 위법은 아니었다. 김 대통령도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도 박 전 장관은 “제 문제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과천 청사를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많이 쓰이는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처음 쓴 저작권자가 박 전 장관이다)

김대중 정부 때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2001년 5월21일 당시 서울지검 기자실에 이런 메모가 팩스로 전송돼왔다. A4 종이로 한 장이 채 안 되는 분량의 글이었다.

“저 개인은 물론이고 가문의 영광인 중책을 맡겨주시고, 여러 가지로 경력이 부족한 저를 파격적으로 발탁해주신 대통령님의 태산 같은 성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요한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님의 통치철학에 따라 대통령님께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상을 확립하고, 인권옹호에 역점을 두어 (…) 이번 공직이 제 인생의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대통령님을 위하여 이 한목숨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하여 열심히 소임을 다함으로써 반드시 대통령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법무부 장관이 되겠습니다.”

나중에 ‘충성 메모’라고 이름 붙여진 이 팩스의 ‘저’는 그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동수 변호사다. 청와대로 보낼 팩스가 기자실로 전송되는 바람에 ‘안 변호사’는 지명 후 43시간 만에 사퇴하며 ‘최단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요즘 같으면 가능한 일일까. 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혼인무효’ 판결 역시 실정법 위반이 아닐뿐더러, 당시 문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 ‘5대 배제 원칙’에도 저촉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경우는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대응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도 그렇지만, 법조인들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보통의 대통령이고 통상적인 후보자라면,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는 게 상식적이다. 더 시끄러워지는 건 정권에도 부담이 될 테니까. 그러나 조 후보자의 경우는 문 정부의 대응이 다를 것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의 관계는 단순한 임명권자와 참모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이념적 동지’랄까. 그런데 (후보자) 본인의 명백한 위법 사안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정서법 위반만 가지고 접을 리가 있을까. 주변에선 2016년 우병우 사건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처가 쪽 땅 거래 의혹이 터졌을 때 ‘본인 일도 아니고 실정법 위반도 아니다’라며 버틴 게 결국 민심을 악화시켜 대통령 탄핵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ㄱ)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거친 법조인에게도 어떻게 보는지를 물었다. 그는 즉답 대신 자신이 겪은 사례를 들려줬다.

“그때 신설된 어떤 장관급 자리가 있었는데, 검증하다가 뭐 안 좋은 게 하나 나왔다. 아직 그 자리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운 사안으로 보였다. 실정법 위반은 아니어도 국민 정서법 위반이 분명했다. 좀 고민하다가 대통령 결심을 받아야겠다 싶어서 찾아뵙고 말씀드렸다. ‘이 상태로는 어렵겠습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물으시더니 설명을 듣고는 쿨하게 ‘그럼 그렇게 합시다’ 하시더라. 지금 대통령이 디제이라면 아마도 낙마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밀고 갈 거다. 권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냐. ‘시간 지나고 다른 일 생기면 이 또한 잊히리라.’” (검사장 출신 변호사 ㄴ)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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