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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바이오는 왜 나스닥 상장 추진을 ‘2015년’으로 속였나

등록 2019-07-30 05:00수정 2019-07-30 15:08

‘삼바 회계사기 톺아보기’

실제 상장 추진 시점은 ‘2014년 6월’
JP모건 등에 가치평가 수차례 의뢰
에피스도 10월에 ‘3조1천억’ 자체평가
검찰 “복제약 개발 성과도 2013년부터”
‘콜옵션 평가’ 은폐 위해 상장시점 늦춰

삼성 ‘2015년 6월’ 고집 이유는?
콜옵션 은폐·2015년 회계처리 변경 등
회계사기 두 쟁점 방어논리 지키려
이재용에 상장·콜옵션 보고 수차례
바이오젠 직접 통화 등 연관성 짙어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는 2015년 일부 바이오 복제약의 상용화 가능성이 커져 가치가 급등했고, 이에 따라 (2015년부터)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2015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만 봐도 삼성에피스 기업가치 급등은 증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낸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편 주장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는 2015년 6월부터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미국 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국내외 언론에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삼성에피스 상장 추진은 2015년 6월보다 1년가량 이른 2014년 6월께부터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왜 나스닥 상장 추진 시점을 법정에서 거짓말까지 하며 1년 늦추려 했을까?

■ 2014년 수차례 콜옵션 평가…은폐 의혹 사실로 상장 추진은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2015년 콜옵션 은폐’와 깊숙이 관련돼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에 원할 때 삼성에피스 지분 절반(50%-1주)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삼성에피스의 절반이 사실상 바이오젠 몫인 셈인데, 삼성바이오는 이를 2015년까지 시장에 공개(공시)하지 않았다. “2015년 말까지 콜옵션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서”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 6월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그해 말 씨티증권과 제이피(JP)모건 등 외국 투자은행에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수차례 평가 의뢰한 정황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필수인 자산·부채 정밀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삼성에피스는 2014년 10월 자사 가치를 3조1천억원으로 자체 평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2014년 상장을 추진했다고 하면 콜옵션 가치를 평가한 사실도 들통날 수밖에 없기에, 2015년 말까지 ‘콜옵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장 추진 시점을 미뤄 밝혔다는 얘기다.

■ 상장 추진 근거 ‘복제약 성과’는 2013년 사안 삼성에피스의 2014년 상장 추진은 “2015년 말 바이오 복제약의 개발·승인으로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커져 2015년(회계연도)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는 또 다른 회계사기 쟁점과 관련한 삼성 쪽 기존 주장도 뒤흔든다.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엔브렐의 바이오 복제약 등 복제약 2종이 2015년 말 국내외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개발사인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했고, 이로 인해 삼성에피스의 회계 처리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바이오 복제약 개발 성과가 2015년이 아닌 2013년부터 일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5월 삼성에피스의 주력 바이오 복제약인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 복제약)와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 복제약)의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았고, 2014년 6월에는 5종의 복제약도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3년 복제약 개발 성과에 바탕해 2014년부터 삼성에피스 상장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 복제약이 임상 1상 단계를 통과하면 개발 성공률이 80% 이상으로 올라 사실상 바이오 복제약 ‘완성’에 근접한 것이라는 게 검찰 쪽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재경팀의 김동중 전무(CFO·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5년 엔브렐 등 바이오 복제약 개발 승인은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좌절된 뒤 급조한 이벤트였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콜옵션 등 이재용에게 보고…관여 가능성 커져 이 부회장의 회계 사기 연관성도 더욱 짙어진다.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2014년 제일모직 손자회사인 삼성에피스 상장 추진 과정에서 회사 경영 현안을 세세하게 보고받고, 회계 사기와 직결된 보고도 여럿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4년 10월20일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가 미국에서 바이오젠 대표를 만난 뒤 작성된 ‘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사 미팅 결과’ 문건(10월22일)이 이 부회장에게 전달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 대표는 바이오젠 대표에게 삼성에피스 콜옵션 가치를 평가한 내용을 보여주며 “지금 콜옵션을 행사하면 3.2배 이득”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문건에는 “(삼성에피스를) 상장하기 전이라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월 작성된 제이피모건의 삼성에피스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2014년을 기준으로 삼성에피스의 콜옵션을 평가한 상세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런 내용을 토대로 2015년 6월 직접 바이오젠 대표와 통화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가 지분을 사들인다’는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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