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5월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사들이면서 비용 일부를 회사에서 현금으로 받아낸 정황이 드러났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김 대표와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아무개 전무의 구속영장에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비용 일부를 회사로부터 받아내는 방식으로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를 기재했다. 이들은 ‘코스피 상장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우리사주조합 공모가(13만6천원)와 실제 주식매입 비용 사이 차액을 수년 동안 회삿돈으로 보전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사장 등이 임원이어서 우리사주조합 공모가 적용 대상이 아닌데도, 이사회 결의 등 공식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셀프 결재’를 통해 주식매입 차액을 회사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자사주 매입 때 차액을 회삿돈으로 메꾸기로 한 뒤 주식 대량 매입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6년 11월10일 삼성바이오가 코스피에 상장된 직후부터 1년 동안 8번에 걸쳐 자사주 4만6천주를 사들이고, 김 전무는 2017년 11월 2번에 걸쳐 자사주 4300주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대표와 김 전무가 이런 방식으로 횡령한 회삿돈이 각각 30여억원, 1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 대표와 김 전무, 재경팀장인 심아무개 상무는 19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이들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4조5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벌이는 데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의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면 이 정도 규모의 상장회사 임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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