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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작된 ‘1대0.35’…이재용 위해 국민 노후자금 수천억 날려

등록 2019-07-11 05:59수정 2020-04-30 11:47

합병비율 보고서 조작 의미
삼성의 적정 합병비율 조작설
회계사들 진술로 실체 드러나

제일모직 왜곡 평가해 가치 상승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 등 누락

삼성쪽 보고서 토대로 설득작업
국민연금, 합병 찬성 뒤 큰 손해

‘국정농단’ 대법 선고에 영향 줄수도
이재용-박근혜 부정청탁 여부 쟁점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이뤄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는 일반 경제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적지 않게 일어났다. 삼성물산은 건설 수주를 줄이는 등 가치 낮추기에 몰두했고, 제일모직은 손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예고하는 등 가치 부풀리기에 열중했다. 결국 이익과 덩치가 2~3배 큰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3배 낮게 평가돼 ‘1 대 0.35’의 비율로 합병이 이뤄졌다.

딜로이트안진과 삼정 등 국내 최대 회계법인들은 합병을 앞두고 이런 ‘이상한’ 합병 비율이 적정하다는 검토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작성 배경에 삼성의 비공식적인 요구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들이 무성했는데, 안진딜로이트 회계사들이 검찰에서 ‘삼성이 주문한 합병 비율에 맞춰 사실을 조작한 보고서를 만들어냈다’고 진술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관련기사: [단독] 안진 회계사들 “삼성 요구로 합병비율 보고서 조작”)

제일모직 부풀리고, 삼성물산 과소평가 ‘조작’

안진의 ‘기업가치 조작’은 <한겨레> 보도(▶관련기사: [단독] 삼성, 에버랜드 동식물로 ‘바이오 유령사업’ 꾸며 제일모직 가치 3조 부풀려)로 알려진 제일모직의 유령 바이오사업이 대표적이다. 안진은 아무런 실체도 없이 ‘에버랜드가 보유한 동식물을 이용해 바이오 소재와 헬스케어에 활용한다’는 제일모직 바이오사업부의 영업가치를 2조9천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고, 합병된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도 구체적 근거 없이 증권사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4조2천억~7조원으로 매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숨겨온 조 단위 규모 콜옵션 부채도 가치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물산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춰졌다. 합병 직전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 1조7500억원을 ‘영업용’으로 바꿔 기업가치 평가에서 누락했다.(▶관련기사: [단독] 삼성, 합병전 삼성물산 현금자산도 1조7천억 누락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1조1100억원 상당의 광업권도 사실상 누락해, 광업권이 반영된 삼성물산 상사부문 영업가치를 4133억원으로 산정했다. 이런 식의 조작을 거쳐 삼성물산의 가치는 8조6천억~10조6천억원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는 18조5천억~23조6천억원으로 매겨졌다.

검토보고서는 국민연금 합병 찬성 근거로

조작된 안진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는 일반 주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4대 회계법인인 안진이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알려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애초 삼성은 2015년 5월26일 일정 기간 주가를 바탕으로 제일모직 1주를 삼성물산 3주와 맞바꾸는 ‘1 대 0.35’ 합병 비율을 결정했고, 이후 두달 동안 주주들이 이에 찬성하도록 설득 작업을 벌였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2015년 6월 중순 삼성 쪽으로부터 이 보고서를 전달받아 합병 비율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데 주요 자료로 활용했다. 삼성물산 주총(2015년 7월17일) 일주일 전 이뤄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은 다른 주주들도 찬성하도록 하는 ‘동조 효과’를 끌어냈다.

수혜자는 이재용…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에 영향?

2015년 합병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0.6%에 불과했지만, 본인이 최대주주(23.2%)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져 지배력이 강화됐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17%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는데, 기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를 자신의 직접 영향력 아래 놓을 수 있게 됐다. 참여연대는 부당한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얻게 된 금전적 이익이 2조~3조6천억원에 이르고, 국민연금은 3300억~6천억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회계사들의 합병 비율 보고서 조작 실토는 8월 이후로 예상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법원 선고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정부와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는지 여부다. 2015년 합병 비율 관철을 위해 검토보고서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승계 작업은 없었다’는 삼성 쪽 주장이 한층 궁색해졌다.

최현준 임재우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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