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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학의 수사 출발 ‘별장 동영상’ 의혹 해소 하나도 못했다

등록 2019-06-04 18:53수정 2019-06-05 01:05

동영상 알고도 ‘청와대 보고’ 안했다?
김학의 차관 내정 발표 전인 3월초
피해자, 경찰에 동영상 보여줬는데
경찰은 청와대에 “동영상 확보 못해”
당시 수사 실무자는 ”윗선 보고” 상반

“김학의 영상 맞지만, 성범죄 아냐”
뇌물수수 혐의 입증 간접증거 그쳐
검찰 과거사위 ‘추가 영상’ 가능성엔
수사단 “다른 영상 발견하지 못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의 중심에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이 한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담긴 ‘김학의 동영상’이 있다. 4일 검찰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김학의 동영상’의 주인공이 맞다면서도 성범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여론의 관심을 견인하며 재수사의 ‘불씨’가 되었던 동영상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그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입장에서는 성범죄가 아닌 뇌물죄로 기소된 것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성접대는 받았지만, 강간범이라는 굴레는 그나마 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학의 동영상은 박근혜 청와대와 경찰 사이 진실 공방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수사단은 2013년 3월 초 경찰이 이 동영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도 청와대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전에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김 전 차관을 임명했다가 낙마 사태로 번졌다는 경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이 검찰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동영상의 존재를 숨겼다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해명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김학의 동영상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경찰이 동영상을 언제 확보했는지였다. 박근혜 청와대 인사들은 “경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아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해명해왔다. 수사단은 경찰이 최소한 김 전 차관 내정 전인 2013년 3월 초에 이미 동영상 내용을 파악해놓고도 청와대에는 ‘동영상이 없으며 내사·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여러 차례 허위보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사 외압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기록을 보면, 경찰이 윤씨와 내연관계였던 권아무개씨로부터 동영상을 제출받은 시점은 3월19일이다. 하지만 수사단은 권씨가 이미 ‘2013년 3월 초’ 경찰청 범죄정보과 소속 팀장에게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권씨가 3월4~8일 동영상 내용이 포함된 34쪽짜리 진술서를 경찰청 팀장에게 이메일로 3차례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렇게 확보된 동영상 내용을 인사검증을 하는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사단은 경찰 내부에서도 진술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 고위관계자는 수사단에 “이 정도 사안이면 자신한테 보고됐어야 한다. 보고를 받았다면 청와대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청 정보국 중간 단계에서 보고가 끊겼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팀장은 정보과장에게 보고했다고 하는데, 정보과장은 보고를 안 받았다는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 낙마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단행된 물갈이성 경찰 인사에 대해 “신임 경찰청장 부임에 따른 통상적인 인사”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경찰 수사 외압이나 보복성 인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곽상도(민정수석)·조응천(공직기강비서관) 의원 등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은 “경찰 허위보고에 따른 문책성 인사였다”고 밝혀왔다. 수사단이 직권남용 혐의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문책 인사였다는 ‘사실’까지 외면한 셈이다.

수사단은 권씨로부터 2013년 1월1일께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에서 직위해제 상태였던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김학의 동영상을 유에스비(USB) 저장장치에 담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의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시점에 권씨로부터 동영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윤씨와의 고소 사건 수사가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흐지부지 끝난 것에 불만을 품은 권씨가 동영상을 갖고 찾아와 영상을 봤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동영상을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전화를 하니 ‘검찰총장이 되려고 하니까 음해 세력이 너무 많다’며 어떤 내용인지 나한테 물었다. 이후 윤중천에게 전화하니까 ‘자신이 (영상을) 찍었다. 자신이 (김 전 차관을) 승진시켰다’고 이야기하며 영상을 회수할 수 있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수사단은 일각에서 제기된 유력 인사의 성관계 장면이 찍힌 다른 동영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윤중천씨가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를 한 이들을 촬영한 뒤 이를 자신의 민원 해결이나 금품 갈취에 쓴 정황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임재우 서영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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