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들의 유품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유품이 20년 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1997년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서 국립5·18민주묘지 신묘역으로 이장하던 과정에서 나온 유품들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이 유품들의 보전처리를 하고 있다. 1980년 항쟁 당시 희생자들을 급하게 매장하면서 같이 묻혔던 유품들은 그날의 참혹했던 현장을 말해주고 있다.
① 전남중학교 1학년이었던 방광범의 교복
중학교 입학한 지 3개월이 된 방광범은 5월24일 친구들과 원제 저수지에서 멱을 감고 있었다. 송암공단 뒷산에 주둔해 있던 계엄군과 지원동에서 남평 쪽으로 퇴각하던 군인 사이에 오인사격이 있었다. 군인들은 근처 저수지에서 멱을 감고 있던 아이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다. 총소리에 놀라 달아나던 방광범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② 27일에 멈춰 있는 문용동 전도사의 시계
5월18일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계엄군의 폭행을 목격하고 항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폭약관리반을 담당했다. 문 전도사는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는 계엄군의 말을 듣고 도청 밖을 나서는 순간 계엄군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③ 신학대생 류동운의 성경책
한신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류동운은 18일부터 시위에 참여했다. 시민학생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시신을 수습하고 도청을 사수했다.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④ 5·18 당시 사망자와 부상자 수술 과정에서 나온 탄두(이번 보전처리 대상은 아님)
박주섭 전 광주기독병원 외과 과장은 사망자와 부상자의 몸에서 제거해 보관해 왔던 탄두와 탄환 10점을 지난 2017년 10월 광주시에 기증했다. 탄두의 끝부분이 휘어져 있는데 사람의 뼈와 부딪히면서 구부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⑤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3학년 김부열의 러닝셔츠
외곽 경비를 하던 김부열은 27일 계엄군이 들이닥치자 화순 쪽으로 도망치려다 진을 치고 있던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⑥ 임산부 최미애의 수의속바지
8개월짜리 아들에 이어 둘째를 가져 만삭이었던 최미애는 21일 남편(당시 전남고 영어교사)을 찾아 전남대 부근 집을 나섰다. 그 순간 전남대 앞에서는 계엄군이 돌을 던지던 시위대를 향해 M16 소총을 발포했다. 군인 한 명이 ‘앉아쏴’ 자세를 취하고 최씨를 조준사격했다. 남색 바탕에 붉은 무늬 임부복을 입은 아기엄마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⑦ 고아 박용준의 관을 덮었던 태극기
박용준은 들불야학 동료들과 함께 21일부터 <투사회보>를 만들어 배포했다. 박씨는 27일 와이더블유시에이(YWCA)를 끝까지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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