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보안선진화티에프(TF) 소속 서아무개 상무(왼쪽)와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아무개 상무(가운데)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에서 주요 증거를 인멸하고 이를 교사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된 삼성전자 보안선진화티에프(TF) 서아무개 상무가 2007년 삼성 비자금 및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때도 증거 은닉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서 상무가 맡아온 ‘보안 업무’의 성격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게 수사의 주요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14일 검찰 및 삼성그룹 취재 결과, 서 상무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경영진단팀에서 주로 근무했다. 미전실 경영진단팀은 그룹 내 감찰·감사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삼성의 검찰’로 불렸다. 새벽에 기습적으로 사무실에 들이닥쳐 직원들의 서랍과 컴퓨터를 뒤지거나, 탐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비리 등을 적발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 상무가 소속된 삼성전자 보안선진화티에프는 직제상으로는 서 상무 한 명으로만 구성된 1인 티에프로, 지난해 꾸려졌다. 필요한 인원은 기업 보안관리 업무 등을 하는 계열사인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에서 파견을 받았다고 한다. 앞서 삼성바이오 서버를 떼어내 공장 바닥에 숨기는 과정에도 삼성에스디에스 직원들이 동원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 바 있다.
검찰은 서 상무가 이끄는 보안선진화티에프가 삼성그룹 보안 업무 외에 총수 일가와 관련된 업무까지 맡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 상무는 2007년 12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의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핵심 자료 은닉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삼성 관계자는 “서 상무가 2008년께 수사를 피해 주요 자료를 들고 잠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서 상무의 ‘고속 승진’이 그가 맡아온 ‘궂은일’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996년 입사한 서 상무는 43살이던 2015년 임원(상무)이 됐다. 동기 등 동료들에 견줘 상당히 빠른 발탁이었다.
서 상무가 ‘보안 업무’ 차원의 증거 은폐를 진두지휘한 정황은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벌어진 증거인멸 작업에서 두루 확인된다. 그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백아무개(구속) 상무와 함께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6월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일일이 뒤져 JY(이재용), 합병 등 검찰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와 보고서 등을 삭제했다. 또 이들 문서의 ‘저수지’라고 할 수 있는 삼성바이오 공용서버와 노트북 수십개를 인천 송도 공장 바닥 아래에 숨기도록 했다. 당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의 휴대전화까지 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우선 업무’인 총수 일가 관련 보안 업무를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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