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임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수사가 증거인멸 수사를 계기로, 삼성바이오를 넘어 그룹 핵심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8일 오후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TF) 소속 백아무개 상무와 보안선진화 티에프(TF) 소속 서아무개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등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는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그 역할을 이어받은 조직이다. 미전실 구성원 상당수가 사업지원 티에프 소속으로 이동했다. 그룹 내 주요 현안을 조율하고, 이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선진화 티에프는 그룹 전체의 보안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해 공장 바닥 밑에 삼성바이오 쪽이 숨겨놓은 재경팀 공용 서버와 노트북 수십개를 압수했고, 삼성에피스 팀장급 집에 숨겨진 대용량 서버를 압수했다. 백상무 등은 삼성에피스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뒤져 ‘JY’(이재용), ‘합병’, ‘VIP’(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단어가 들어간 문건과 보고서 등을 찾아내 삭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삼성에피스의 양아무개 실장(상무급)과 이아무개 부장이 지난달 29일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삼성바이오 대리급 직원 양아무개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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