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연합뉴스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의 별세로 조 회장을 피고인으로 한 형사재판이 중단될 전망이다. 장례 일정 등을 이유로 부인 이명희(70)씨와 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재판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판이 진행 중이던 조 회장 배임·횡령 사건은 공소 기각 된다. 서울 남부지검은 “조 회장의 사망으로 이미 기소된 사건은 공소가 기각되고,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며 “다만 국세청이 조 회장과 함께 고발한 자녀 3명 등 공범에 대해서는 별도로 수사해 혐의 유무를 가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부지검은 기소된 횡령·배임 사건 외에도 조 회장의 조세포탈 의혹, 자택 경호비 대납 의혹 등 5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 남부지법 역시 “피고인 조양호에 대해서만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진그룹 계열사 정석기업 원종승 대표 등 3명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 다만, 검찰이 기일변경신청을 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날 오후 5시께 열릴 예정이었던 재판은 5월13일로 연기됐다.
앞서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사기)과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8가지 혐의를 적용해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회장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삼희무역, 플러스무역 등 중개업체를 설립해 대한항공의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면세품을 구입하면서 위 업체들을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녀들이 일부 주식을 소유한 정석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반영해 정석기업에 41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한편,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한진그룹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첫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출석이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피고인이 친족상 등을 이유로 기일변경을 신청하면 재판부가 대부분 받아들인다. 아직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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