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자라도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품 하나하나의 가격을 꿰고 있기는 쉽지 않다. 대형마트가 친절하게 가격 변동 추이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 상품 가격에 ‘꼼수’를 썼다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1+1 묶음 판매 가격이 낱개로 2개를 살 때와 같거나 오히려 더 비쌌기 때문이다. 1+1 행사 가격이 싼 경우도 많았지만, 할인율은 크지 않았다.
당시 공정위가 적발한 사례를 보면, 업계 3위 롯데마트는 1개에 4950원에 팔던 초콜릿을 1+1 행사로 묶어 팔면서 9900원(4950원+4950원)에 팔았다. 3450원에 팔던 변기세정제는 2개를 묶어 7500원에 판매했다. 기존 가격으로 2개 샀을 때(6900원)보다 1+1 행사 가격이 오히려 600원 더 비쌌다. 업계 1위 이마트 역시 4750원에 팔던 참기름을 1+1 묶음 판매를 하면서 9500원(4750원+4750원)에 팔았다. 소비자로서는 하나만 사도 되는데 ‘할인 유혹’에 1+1 상품을 선택했지만, 정작 할인은 전혀 없거나 되레 손해를 본 셈이었다.
공정위는 거짓·과장 광고(표시광고법 위반)라며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고, 대형마트들은 ‘공정위가 가격책정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1 전쟁’의 서막이었다.
1+1 행사에 대한 정의는 대형마트, 공정위, 법원이 제각각이다. 우선 대형마트 쪽은 1+1 묶음 판매가 “1개 사면 1개를 덤으로 주는 ‘증정판매’”라고 본다. “반드시 2개를 구매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할인판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1+1 행사 상품은 기존 판매 가격을 할인의 기준으로 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할인율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1개 가격에 2개를 판매”하는, 즉 “1개 상품 가격을 50% ‘할인판매’”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1+1 행사 가격을 기존 판매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면 거짓이나 과장이 된다. 공정위 기준에 따르면 이마트나 롯데마트는 ‘할인율 0%’로 물건을 팔면서 소비자한테는 ‘할인율 50%’인 것처럼 속인 셈이다.
법원의 판단은 심급마다 다르다. 2017년 8월 서울고법은 “1+1 행사는 할인판매와 성격이 다르다”며 마트 쪽 손을 들어줬다. “반드시 2개 단위로 제품을 구매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1 행사 상품을 낱개로 구매한다고 해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깨졌다. 지난해 7~8월 대법원은 롯데마트와 이마트 사건 선고에서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적어도 1+1 행사 상품을 구매하면 종전의 1개 판매가격으로 2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유리하다는 의미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1+1 행사는 ‘할인판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형마트가 1+1 행사를 하면서 기존 상품 2개 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을 매긴 경우는 거짓·과장 광고라고 판단했다. “1+1 행사 이전과 비교해 소비자들이 얻을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 100원에 팔던 물건을 1+1로 묶어 팔면서 200원에 팔아도 안 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1+1 묶음 가격이 기존 낱개 판매 가격으로 2개를 살 때보다 싸다면 할인율에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있다”며 적법하다고 봤다. 100원에 팔던 물건을 2개 묶어 100원(할인율 50%)이 아닌 150원(할인율 25%)에 팔더라도 “소비자 이익이 있으니” 거짓·과장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고법 행정2부는 업계 2위 홈플러스 사건에서, 대법원 판단을 수용하면서도 대법원이 짚지 않은 ‘기존 판매 가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대형마트의 상품 가격은 편의점처럼 고정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1+1 행사 이전 ‘어느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느냐가 거짓·과장 광고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정위는 ‘기존 판매 가격’(종전 거래 가격)을 “1+1 행사 광고 전 20일 동안의 판매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는 2014년 9~10월 휴지를 2970원(5일)→1780원(8일)으로 팔다가 1만2900원(7일)으로 크게 올린 뒤, 곧바로 1+1 행사로 전환해 1만2900원(7일)에 내놓았다. 공정위 기준으로는 1780원이 ‘종전 거래 가격’이 되고, 1만2900원은 터무니없는 고가 판매가 된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종전 거래 가격’은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1+1 행사 직전 일주일 동안 판매 가격인 1만2900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정위 기준을 따르면 대형마트는 일정한 가격을 20일 동안 유지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가격책정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20일 동안 높은 판매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가격인하를 억제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왜 가격은 되레 비싸지?
3450원짜리 세정제, 1+1 묶어 7500원
공정위, 2016년 “거짓·과장” 시정명령
마트 “가격책정 자율권 침해” 소송
법원 심급마다 판단 달라
고법 ‘증정판매’라는 마트 손 들어주고
대법은 “할인판매” 2심 판결 뒤집고
“각각 살 때보다 싸면 괜찮다” 단서도
이번엔 1+1 가격 책정 시점이 논란
공정위 “행사 전 20일 이내 최저가격”
서울고법은 “행사 직전 판매 가격”
공정위, 지난달 대법 상고…결과 주목
공정위가 문제 삼은 제품 상당수는 20일 동안 판매 가격 중 1+1 행사 ‘직전’이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는 이를 1+1 행사 판매 가격으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형마트가 할인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짧은 기간 고가 판매 가격을 채택한 직후 1+1 할인행사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했다.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는 어떻게 판단할까. 공정위는 2015년 10월 ‘대형마트 할인행사 광고 관련 소비자 인식도 조사 보고서’를 하급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조사 결과는 소비자 10명 중 3명이 할인율이 크다고 착각해 1+1 행사 상품을 카트에 싣는다는 내용이다. 공정위 쪽은 “1+1 행사 할인율을 오인하는 소비자 비율이 30% 정도였다. 미국은 이 비율이 15%만 넘으면 소비자의 오인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소비자 절반 이상은 오인하지 않았다’는 홈플러스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쪽은 1+1은 할인판매가 아닌 증정판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행사’라고 하면 무조건 ‘할인’으로 인식되지만,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는 것도 ‘행사’의 한 종류”라는 것이다.
소비자단체 등은 생각이 다르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소비자들은 사흘 전이든 일주일 전이든 바뀌는 가격을 잘 알지 못한다. 대형마트의 가격결정 자율권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1+1 행사 가격의 변동폭이)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단순하게 가격 결정권을 기업 자율이라고 인정해버리면 공정위 조사도 아예 필요 없을 것”이라며 “기업은 가격과 제품 정보에 대해 소비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오인할 여지를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공정위는 홈플러스 사건을 상고했다. 1+1 행사의 성격을 ‘할인판매’로 규정한 대법원 판단을 다시 구해 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울고법 판결에 따라 사업자들이 가격을 임의로 바꿀 여지가 많아졌다. 소비자에게 유익한 것인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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