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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학의 성접대’ 수사 경찰 “사건 방해한 건 검찰” 작심 비판

등록 2019-03-06 16:48수정 2019-03-20 11:26

당시 수사책임자, 기자단 만나 증거 누락 반박
“3만건 중 1만6000건은 사건과 관련 없어”
대검 진상조사단 “자료 미송치 경위 밝혀야” 재반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겨레 자료 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겨레 자료 사진
“이 사건을 방해한 건 검찰이다. 아무리 대검 진상조사단이 소득 없이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우리 직원들의 자존과 명예를 더럽히는 일 자제해달라”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수사 책임자 ㄱ총경)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이 4일 ‘경찰이 김학의 전 차관 성 접대 의혹’을 송치하면서 3만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책임자였던 ㄱ총경은 6일 경찰청 출입기자들을 만나 “경찰은 당시 유죄 입증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기소 의견으로 자료를 다 보냈다”며 “경찰이 다 조사한 걸 반대로 뒤집어엎은 것은 검찰인데 파일을 몇 개 줬네 안 줬네로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시 온 힘을 다해 수사한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더럽히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ㄱ총경은 디지털 증거 3만건이 누락됐다는 진상조사단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부는 사건과 무관한 자료라 디지털 증거 처리 규칙에 따라 폐기했고, 나머지는 CD에 담아 검찰로 모두 보냈다는 것이다. ㄱ총경은 “디지털 증거는 혐의 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만 출력 또는 복사하게 되어 있다”며 “윤중천씨의 노트북에 있던 파일 1만6000개는 모두 아들·딸이 사용한 거라 전부 관계없는 파일이어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모두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ㄱ총경은 “나머지 누락됐다고 주장하는 윤중천의 휴대전화 압수기록 등의 증거는 기록을 보니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고 되어 있다”며 “검찰이 관리를 잘못했거나 잃어버린 것이다.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ㄱ총경은 경찰이 증거를 누락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찰에서 압수물을 송치할 때는 검찰 사건과에서 목록 하나하나 이쑤시개까지 다 센다”며 “지금 송치하고 6년이 흘렀는데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이 외압을 받아 김학의 전 차관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ㄱ총경은 공소시효와 법리에 맞춰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ㄱ총경은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성접대) 피해자가 순순히 따랐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단순 수뢰죄를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임박했던 사안”이라며 “사실관계가 일치하고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간죄를 적용한 것”이라고 했다.

수사를 방해한 것은 검찰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ㄱ총경은 “3~4개월 동안 출국금지, 체포영장, 통신영장 등 기각 붙은 서류만 세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며 “경찰이 조사한 걸 반대로 뒤집어엎은 것도 검찰이고 기각해댄 것도 검찰”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압수한 윤중천씨 사용 SD메모리, 노트북 등에서 나온 사진 파일 1만6402개·동영상 파일 210개, 경찰이 윤중천씨의 친척인 윤아무개씨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나온 사진 파일 8628개, 동영상 파일 349개 등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 발표 직후 대검 진상조사단은 “심히 유감”이라며 경찰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다. 진상조사단은 “검사의 과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경찰청에 협조 요청한 것”이라며 “검사가 지휘 책임을 다했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 복제본의 미송치 경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포렌식 절차를 통해 확보한 파일을 경찰이 임의로 송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과 무관한 성 접대 관련 여성들에 대한 포렌식 자료는 송치했으면서 정작 별장 동영상과 직접 관련된 윤중천씨와 관련자들의 포렌식 자료는 송치를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정환봉 황춘화 최우리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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