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 수치를 보인 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수도권에 6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는 등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가운데, 전국 중·고등학교 교실 74%가 아직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학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을 확보해서라도 연내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6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가동현황’(2월 기준)을 살펴보면, 전국 27만2728개 교실 가운데 41.9%(11만4265개)에 공기청정기나 기계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유치원 교실에는 97%, 초등학교 75%, 특수학교 73.9%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교실에는 25.7%, 고등학교 교실에는 26.3%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있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대전·충남·세종 지역은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주도 중학교에는 단지 두 곳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고, 고등학교에는 아예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도 도내 628개 중학교 1만2224개 교실 중에 957개 교실만 공기정화장치가 있어 설치율이 7.8%에 불과했다. 서울도 중학교 383개 학교(8913개 교실) 가운데 7559개 교실(84.8%)에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이 떨어지는 것은 교육 당국이 예산 등의 한계 때문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우선 설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비상조치’를 주문하면서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연내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점검하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상반기 중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마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을 확보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미 교육부는 유치원과 초등·특수학교에 내년까지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가 ‘최대한 빨리하겠다’고 지난달 계획을 바꾼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시 또 이번에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갈수록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속한 대처를 주문했다. 중학생 학부모 안아무개씨는 “한참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할 아이들이 미세먼지때문에 답답해하니 걱정이다”며 “교실뿐만 아니라 체육관 등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든 공간에 조속히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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