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실태조사 중간 결과 발표
유치원 교비로 연합회 회비 납부
지도부 등 횡령·배임 회계 비리
이덕선 이사장 등 효력 무효
유치원 교비로 연합회 회비 납부
지도부 등 횡령·배임 회계 비리
이덕선 이사장 등 효력 무효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제8대 이사장 선출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덕선 이사장을 추대한 뒤 이 이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교육청에 따르면,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한 일부 회원은 지난해 11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고자 회원 3천여 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른바 3천톡)에 국회의원 몇 명의 후원계좌를 올리고 ’정치자금법상 한도를 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10만 원 가량을 후원하라’고 독려했다. 이에 일부 회원이 실제 후원금을 보냈고, 이를 안 국회의원쪽에서 돈을 돌려준 정황이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회원 명의로 정치 자금을 후원했어도 법인이 독려해 후원했다면 법인 자금으로 후원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33조)고 규정하고 있다. ‘유치원3법’을 저지하기 위해 불법 로비한 국회의원이 있다면, ‘유치원3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에게는 문자 폭탄을 유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시교육청 조사 결과, 한유총 비대위원들은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폭로하고 ‘유치원3법’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온건파’로 분류되는 박영란 전 서울지회장 휴대전화 번호를 ‘3천톡’에 올려 ‘항의 문자’ 폭탄을 유도했다. 교육청은 휴대전화 번호를 게재한 2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다. ■ 유치원 교비로 한유총 회비 내고, 지도부는 공금 횡령
지난해 사립유치원의 각종 회계 비리가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한유총 법인 및 지도부, 회원들의 회계 부정도 다수 적발됐다. 한유총은 전체 사립유치원 4090곳 중 70%가 회원으로 참여하며 3173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연간 일반·특별회비로 1인당 평균 95만~115만원을 한유총에 회비로 납부한다. 그런데 2018년 1~2월에 한유총 내부에서 검토해 지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보낸 자료에서는, 교비 회계에서 회비를 납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에서도 대다수의 사립유치원들이 교비로 한유총 회비를 납부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점을 토대로 회원 대다수가 회비를 유치원 교비회계에서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는 유아교육을 위해 직접 사용돼야 한다”며 “만약 추정한 대로 한유총 회원 대다수가 교비로 한유총 회비를 냈다면, 학부모가 낸 돈 연간 30억~36억 원이 사적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유총은 2016~2017년에 강의료와 지회 교육비 200만 원을 적정 수령인이 아닌 이사장과 전 서울지회장에게 지급했다. 또 지회육성비 6900만원을 근거 없이 10회에 걸쳐 6개 지회에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장에게 현금으로 3000만 원을, 개인 계좌를 통해 서울지회장에게 1400만 원을, 인천지회장에게 2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지회장에게 입금된 돈을 이사장이 다시 돌려받는 등 횡령·배임 정황도 드러났다. 2017년에는 특별회비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이사장 직무대행에게 660만 원을 입금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인의 회비는 공금이기 때문에 회원의 대표라도 개인적 판단이나 이해 관계로 회비를 사용하거나 변통할 수 없다”며 “한유총은 회계장부나 세무 관련 서류 등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는 등 회비를 방만하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학술 사업한다 해놓고, 목적 사업은 회비의 단 7.9% 뿐
한유총은 1995년 교육청으로부터 연구·학술 등 유아교육 목적의 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최근 3년간 법인이 교육청에 제출한 결산자료를 분석해보니, 연 평균 6억1646만 원의 일반 회비를 조성하면서 이 중 허가 정관에 명시된 목적 사업을 수행하면서 쓴 돈은, 연 평균 4898만 원에 불과했다. 전체 회비의 약 7.9%에 해당한다. 특히 한유총은 특별회비를 걷어 2015년에는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사업, 2017년엔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 사업을, 2018년~2019년엔 학부모 교육자 궐기대회 등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은 회원의 사적 이익을 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운영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매년 이와 같은 목적 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나 투쟁위원회를 통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집단 휴·페원을 독려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또 처음학교로 참여에 반대하는가 하면, 유치원 감사 대비 회계 자료 은폐 등을 독려했다. 이러한 법인의 의견에 반대하는 회원에게는 폭언과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 교육청 미허가 정관으로 이덕선 이사장 선출 …“효력 없어”
교육청은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의 선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교육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정관이 아닌 임의 정관으로 선출해 자격이 없는 이사들이 이사장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덕선 비대위원장 뽑은 건 법 위반이라는 한유총 내부 문서 나와’라는 <한겨레> 보도(2018년 12월11일자 12면, 관련 기사 링크는 https://goo.gl/do61C8)와 맥이 닿아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덕선 이사장은 임의 정관에 의하여 효력이 없는 이사들이 정한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됐다”며 “이사의 효력은 물론 그 대표권의 효력도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한유총에 임의 정관을 폐기하도록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허가 정관에 의해 1개월 이내에 이사장을 재선출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여부는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박용진 의원 “한유총 교육자 연합회 자격 없어”
교육청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박용진 의원은 입장문을 내 한유총의 집단 행동과 불법 행위에 대해 규탄했다. 박 의원은 “아이들을 볼모로 한 한유총의 무법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교육자, 교육기관이 만든 연합회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한유총의 위법 행위는 엄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의원과 의원실의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실시된 사실상 위법, 협박을 포함한 단체행동은 국회의원이 독립된 헌법 기관이라는 점에서 헌정 유린행위”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유치원3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상정된 만큼, 국회가 힘을 모아 2월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 수정안’을 본회의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했다. 한편, 한유총은 시교육청 조사 결과에 입장문을 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유총은 입장문에서 “회계처리 부실 등 업무 미숙으로 이뤄진 모든 사항은 교육청의 관리·감독에 따라 업무 처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도 “연합회는 국회의원 후원을 독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교비로 회비 납부한 것과 관련해서는 “연합회 회비는 지회에서 수납해 총회로 입금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회비 납부 형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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