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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복직 뒤 첫 월급 ‘반토막’…쌍용차 노동자들의 봄은 오지 않았다

등록 2019-01-30 16:56수정 2019-01-30 17:17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 경찰청 앞 기자회견
경찰 헬기·크레인 구경도 못한 조합원에게
파업 참여 이유로 11억대 손배 책임 떠안겨
10년만에 월급 반토막…“가족 외식도 포기”
민주노총 부위원장 “청와대가 약속 안 지킨 것”
2009년 8월4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위로 경찰과 사측 노동자들이 파업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9년 8월4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위로 경찰과 사측 노동자들이 파업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복직 후 첫 월급을 받았지만 가족과 외식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이후 9년만인 지난해 12월31일 회사로 복직한 김정욱씨는 작업복을 입은 채 다시 거리에 서야 했다. 지난 25일 10년만에 받은 그의 월급은 85만1543원. 경찰이 쌍용차 파업 당시 장비 등 피해를 입었다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미리 월급과 퇴직금 등을 가압류해놨기 때문이다. 그렇게 국가가 김씨의 월급에서 떼어간 돈은 91만원이다. 설을 앞두고 받은 복직 첫 월급은 한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쳤다. 경찰은 현재 39명의 노동자에게 1000만원씩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며, 이 금액을 채우지 못한 김씨 등 3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의 복직 후 첫 월급은 깎여 나갔다. (▶관련 기사 : 9년만에 복직 쌍용차 노동자 경찰 가압류로 월급 ‘반토막’)

김씨는 사실 경찰의 손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경찰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에서 인정된 금액은 11억6760만원이다. 이 돈의 95%가량이 크레인 3대(5억9440만원)와 헬기 3대(5억2050만원)의 파손 비용이다. 하지만 김씨는 파업 당시 부서졌다는 헬기와 크레인을 구경조차 못 해봤다. 노동조합 상근자였던 그는 경찰이 쌍용차 공장에 헬기를 처음 투입한 2009년 6월27일 전인 6월26일 경찰에 붙잡혔고, 이후 구속됐다. 크레인을 활용한 경찰의 공장 진압 작전이 있었던 것은 같은 해 8월부터다.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손배 청구 대상이 된 것이다.

헬기와 크레인 파손의 책임이 모두 쌍용차 노동자에게만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경찰청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이 헬기와 크레인을 동원한 것 자체가 불법이거나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헬기를 사용해 최루액을 섞은 물을 뿌리는 행위 등은 경찰 장비 사용과 관련한 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파업 진압에 테러 방지 목적을 가진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판단도 나왔는데, 경찰이 파손됐다고 주장하는 크레인은 경찰 특공대를 공장 안으로 진입시키는 데 사용됐던 장비였다. 하지만 경찰은 그 책임을 모두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김정욱 민주노총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국가손배대응모임·쌍용차범대위·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복직 노동자들이 첫 월급 일부가 가압류당했다며 경찰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정욱 민주노총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국가손배대응모임·쌍용차범대위·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복직 노동자들이 첫 월급 일부가 가압류당했다며 경찰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합원 3명의 복직 후 첫 월급이 가압류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은 30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쌍용차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장석우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경찰이 개인에게 손배를 청구하고 월급을 가압류하는 것은 손해를 보전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괴롭히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경찰이 당장 손배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가 손배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연말 이후 청와대와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한 바 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에서 (당시 진압이) 국가 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만나 긍정적으로 (손배가압류를 푸는 방법을) 논의했다. 1월 월급이 나가기 전까지 (가압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답까지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청와대가) 다 해결한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못 지킨다면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지난해 당시 임호선 경찰청 차장 면담 때 손배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말한 뒤 만 5개월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고 복직 후 첫 임금이 가압류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의 빠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가 폭력의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며 “(적폐 청산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직접) 밝혀낸 국가 폭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해달라”라며 국가 손배 철회를 요구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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