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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타 동물권 운동가에서 ‘안락사 주범’된 박소연 대표는 누구?

등록 2019-01-13 18:29수정 2019-01-15 00:48

지지자들에게 사랑받던 봉사자
동학방 참여로 구조 활동 시작
타협없는 가치관에 독자적 활동
‘퍼스트도그’ 토리 입양보내기도

2006년에도 논란 있었다
안락사 허용된 위탁 보호소 운영
당시 동물에게 직접 약물 주입
구조 동물 수 조작 혐의로 재판도

“안락사 하지 않았다”지만
구조 모금하면서 직원마저 속여
상습 사기 혐의로 고발될 예정
박 대표 “왜곡, 편집된 보도에 답답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가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상당수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박소연 케어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케어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가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상당수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박소연 케어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케어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겨레>가 전·현직 직원을 두달여 취재한 뒤 보도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구조 동물 안락사’(<한겨레> 12일치 11면)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의 중심에는 과거 형사처벌까지 감수하는 적극적인 구조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박소연 케어 대표가 있다. 그는 2017년 5월 케어가 보호하던 유기견 ‘토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하자, 이를 단체 홍보의 전면에 내세우는 등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도 언론과 여론을 활용하는 감각이 남달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 대표가 동물보호 활동을 시작한 때는 1999~2000년이다. 한국 동물보호 활동이 태동하던 무렵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만든 ‘동물학대방지연합’(동학방)에 박 대표도 참여했다. 당시 박 대표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그때부터 동물 구조에 헌신적인 봉사자였다고 한다. 2002년께 ‘활동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학방에서 떨어져나온 박 대표는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의 대표가 된다. 동사실은 2015년 케어로 이름을 바꾼다.

과거 박 대표가 화제의 중심에 선 것도 안락사 때문이었다. 2006년 동사실은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호소를 운영했다. 당시 위탁 보호소는 공고 10일이 지나면 안락사가 가능했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공립 보호소 입찰에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직접 안락사 약물을 동물에게 주입했다. 또 구조한 동물 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아온 사실이 적발돼 사기 혐의로 항소심에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박 대표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구조 활동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11일 “지난해 케어가 구조한 동물의 수는 850여마리”라고 했다. 케어는 자칭·타칭 한국의 대표적인 동물 구조 단체로 성장해갔다. 회원수도 2만명이 넘고, 한달에 거두는 회비가 1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아픈 동물을 보고 지나치지 않는 박 대표의 이미지가 곧 단체의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13일 “현장에서 박 대표를 보면 그렇게 헌신적일 수 없다. 카리스마 있는 활동가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표를 ‘천사’라고 부르는 지지자들도 생겨났다. 이번 안락사 사실이 그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박 대표가 ‘케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 활동가들은 증언한다.

타협할 줄 모르는 박 대표의 철학이 단체 활동에 반영되면서 케어는 ‘적’이 많았다. 박 대표의 안락사 지시·은폐 사실이 보도되자 개 농장주들로 구성된 육견협회가 가장 먼저 박 대표의 퇴진을 반기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3대 동물보호단체이지만 다른 두 단체(카라, 동물자유연대)와는 연대하지 않고 주로 독자 활동을 했다.

케어는 영상팀을 두고 유튜브 채널인 ‘케어 티브이(TV)’를 운영하는 등 홍보에 남다른 감각을 보였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한겨레>와 함께한 ‘퍼스트도그’ 프로젝트에서 청와대에 검정개 ‘토리’를 입양 보냈다. 당시 박 대표는 “검은색은 다른 색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통령이 개인의 행복이 아닌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 말이 청와대 쪽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 나왔다.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가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상당수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케어 활동가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박소연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가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상당수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케어 활동가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박소연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케어 활동가들이 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 긴급 이사회가 열렸다. 박 대표는 “왜곡, 편집된 이야기가 (보도돼) 답답하다. 케어를 위해서, 동물권을 위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정리되어야 한다. 이사회와 총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다. 박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 12명은 이사회장을 찾아 시위를 벌였다. 직원들은 “이사회가 비밀리에 소집됐다. 대표 해임을 어렵게 하도록 정관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며 항의했다. 케어 이사회는 직원 시위와 취재가 업무방해라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최우리 오연서 기자 ecowoori@hani.co.kr

박소연 케어 대표가 2014년 한겨레와 인터뷰한 당시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소연 케어 대표가 2014년 한겨레와 인터뷰한 당시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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