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탈퇴한 일부 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새롭게 만든 단체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출범을 알렸다. 한사협은 27일 에듀파인 도입을 받아들이되 “설계 단계부터 한사협 참여” 등을 내세운 정책 제안서를 내는 등 공식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최장 330일 걸리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과 별도로,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에듀파인 도입 등 공공성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은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은 법인 성격의 사립학교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유치원과 같이 개인이 설립한 특수학교 등도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있어 분리회계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을 구분해서 관리하는 ‘분리회계’ 등을 주장했다. 사실상 ‘에듀파인’ 대응팀을 꾸린 한유총의 요구를 대변한 것이다. 한유총에서 떨어져 나온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도 더불어민주당 어린이집·유치원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가 꾸린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에듀파인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나 사립유치원에 특화한 회계 시스템 도입을 원하고 있다. 한유총 등은 법인이 설립하는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 회계 시스템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치원과 설립 형태가 비슷한 특수학교나 각종 학교(정규학교가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학교와 유사한 시설을 갖춰 교육하는 학교)도 사립학교와 같은 회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공개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특수학교 가운데 광성하늘빛학교(유아 특수교육 전문기관)와 ‘각종 학교’에 해당하는 지구촌학교(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새소리음악고등학교 등 7곳은 개인이 설립한 사립학교지만 별도 회계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듀파인은 공교육 시스템을 모델로 만들었고 그동안 상당한 경험을 통해 정비된 시스템”이라며 “사립유치원들이 에듀파인을 쓰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인이 설립한 특수학교나 각종 학교도 중요한 회계 계정 과목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별도 회계 시스템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한사협 등이 요구하는 사립에 맞는 에듀파인 시스템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업무추진비 등의 항목을 요구할 때 다른 공립 유치원과 달리 증빙 없이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건지, 아니면 증빙을 하고 쓴다는 건지 밝혀야 한다”며 “급여 이외에 자의적 비용 항목이 많아지는 순간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은 담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