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직접 방문해 건설업자 최아무개씨 뇌물사건 수사 상황 등을 캐물은 것은 ‘실적 확인’ 목적이 아닌 ‘사건 무마’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대검찰청 감찰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가 경찰청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직전 김 수사관과 수차례 통화했으며, 피의자 신문을 받던 시간에 경찰청을 직접 방문해 수사 내용을 물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간 김 수사관은 자신이 수집해 경찰에 넘긴 범죄첩보 실적을 확인하러 갔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또 김 수사관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최씨를 통해 ‘청와대 특감반에 파견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검찰은 최씨로부터 ‘김태우 인사파일’을 건네받았다는 ‘민간인’이 청와대에 이를 전달했는지 등은 감찰 범위를 넘어선다며 조사하지 않았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이런 비위 사실 등을 확인한 뒤 지난 26일 감찰위원회를 열어 김 수사관에 대해 중징계인 ‘해임’을 청구하기로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징계사유는 청렴·성실·품위 유지의무 위반, 인사청탁 금지의무 위반, 대통령비서실 정보보안규정 위반 등이다.
감찰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부당 개입 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찰 도중 사무관 ‘셀프 임용’ 시도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 수수 등, 지난달 29일 청와대가 통보한 김 수사관 비위 내용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건설업자 최씨와 김 수사관은 2012년부터 관계를 유지해온 사이”라며 “두 사람은 정보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관계”라고 밝혔다. 김 수사관이 개입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국토교통부 공무원 건설비리 수사 역시, 건설업자인 최씨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고 한다. 경찰 수사가 애초 정보제공자인 최씨에게까지 번지자, 지난 10월 초 최씨는 김 수사관에게 본인 관련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고 한다. 감찰본부는 “이후 김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만나기 위해 저녁식사 약속을 잡는 한편, 청와대 이첩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확인할 권리가 없는데도 11월2일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하명사건부 열람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수사관은 11월1일 최씨로부터 “새 정보를 줄테니 나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며, 이튿날 오후 최씨가 조사 받던 시간에 특수수사과를 방문했다고 한다. 감찰본부는 “두 사람이 11월1~2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상황을 볼 때 수사 개입 시도를 위해 갔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청와대’에서 일했던 김 수사관이 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 청와대’에서도 일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지난해 5~6월 최씨에게 “청와대 특감반 파견을 도와달라”며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최씨는 감찰본부 조사에서 “김 수사관의 프로필을 ‘다른 사람’에게 보낸 뒤 신경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찰본부는 “프로필을 받았다는 민간인은 감찰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에 대한 인사청탁이 실제 있었는지 등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에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수사관이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찰 도중 유영민 장관 등에게 ‘개방형 5급 사무관 직위’를 신설하도록 유도한 뒤, 그 자리에 지원해 합격이 내정됐다는 ‘셀프 임용’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유 장관등에게 ‘나와 같은 감찰실무 전문가 채용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시했다”며 “합격자로 내정된 뒤 검찰에 사직 절차 진행을 요구하는 등 ‘특혜성 임용’을 도모했지만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의 제지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감찰본부는 또 지난 5~7월 김 수사관이 직무와 관련해 최씨 등으로부터 5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 등 260만원어치의 향응을, 6~10월 사이 또다른 정보제공자 등으로부터 7차례 178만원어치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 수사관이 특감반 재직 중 작성한 ‘주러시아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동향’ 등 직무상 수집·보고한 녹음파일과 첩보보고서 촬영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비서실 소유 정보를 반출했다”며 비밀엄수위반 및 정보보안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과 함께 정보제공자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전직 특감반원 2명(검찰 수사관)에 대해서도 경징계 요구를 의결했다.
김양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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