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사고로 사상한 1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던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가 사흘간의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19일 오전 대성고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수능 끝나고 거의 두 달 동안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 같아요. 저희 학교는 인솔자가 동반해야 교외체험학습을 허용해줘서 일본 여행 가려던 친구들도 취소했어요. 대입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진학 상담을 한다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게임을 하거나 그냥 방치돼 있죠. 저는 선생님이 인솔해서 친구들과 함께 밖에 나가 놀기도 하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사고는 너무 안타깝지만, 교외체험학습이 위축될까 걱정되긴 해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호이 학생의 의견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나고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 고3 학생들이 참변을 당하자,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의 교외체험학습 실태와 관리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17개 시·도 긴급 부교육감 영상회의를 소집해 각 교육청에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며 “점검이 어려우면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당국 및 교사,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은 별다른 수업 없이 교실에서 영화를 보거나 체육활동을 하다가 일찍 하교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양수업, 금융수업, 여행 글쓰기, 박물관 및 미술관 수업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충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대성고 학생들도 학부모 동의하에 친구들끼리 여행 계획을 짜 체험학습을 떠났다.
개인체험학습은 현재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서를 짜서 신청서를 내면 학교장이 교육적으로 의미있다고 판단되면 승인해준다. 주로 친지 방문, 유적지 답사, 진학 프로그램 등의 활동에 대해서 인정해준다. 각 학교 학칙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연속 10일 이내에 할 수 있으며, 체험 뒤 보고서를 내면 출석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고3 학생들이 개인체험학습을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아이들이 학교 바깥에서 체험학습을 하더라도 교육과정 중 하나로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파악은 하고 있어야 하는데, 체험학습을 가는 비율 등 통계조차 없다. 각 교외체험학습 때 인솔자 동반 규정도 17개 시·도 교육청마다 다르다. 현재 세종시교육청, 대구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충북도교육청, 전북도교육청만 인솔자 동반 의무 규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학생들의 학교가 속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인솔자 동반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7년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에서 보호자 동반 의무 규정이 과도한 제한·규제로 부작용이 있다며 합리적으로 학칙을 개선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체험학습에 대한 별다른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인솔자 의무 규정이 없다면 안전 관리 사항을 의무적으로 체크하게 하는 등 체험학습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체험학습 문제로 돌리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도 있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대표는 “이번 사고를 마치 학교가 아이들을 방치해서 생긴 사고처럼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번 사고는 안전관리의 문제이고 청소년 문화환경의 부재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지역사회에 각 동마다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청소년문화의집이나 청소년수련관 등 시설이 많아 학교와 연계가 빈번하고, 국가로부터 인증된 자연권 청소년수련원, 유스호스텔이 많았더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며 “모든 문제를 학교 탓으로 돌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위한 적절한 문화환경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아예 수능 시험을 한달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고, 외부 강사를 적극 활용해 예비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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