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회계분식’ 사태를 둘러싸고 삼성바이오로직스측과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삼성바이오측은 경영상 위기를 언급하며 금융당국 처분을 일단 멈춰달라고 주장했고, 금융당국은 회계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관련 처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시정 요구를 취소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의 첫 번째 심문기일을 열었다.
삼성바이오측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는 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적법하게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젠과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했다(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는 증선위 주장을 반박했다. 삼성바이오측 변호인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어서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했다고 증선위는 주장한다. 하지만 옵션은 말 그대로 행사할지 말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에피스의 제품 개발·판매 등 주요 의사 결정도 삼성바이오가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증선위 처분 효력이 중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선위 처분은 ‘고의 회계분식’에 대한 선입견을 근거로 이뤄졌다고 했다. 변호인은 “삼성바이오는 고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폐업 위기까지 내몰렸다.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본안 소송에서 다툴 기회도 없이 분식회계 낙인이 찍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증선위측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지배력 변경없이 공정가치를 평가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맞섰다. 이어 회계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관련 처분은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증선위측 변호인은 “증선위쪽 처분으로 삼성바이오가 입게 될 불이익은 기업 이미지 손상에 불과하지만, (공공 이익의 측면에서 봤을 때) 기업 투자자 투자로 인한 손실, 신규 투자자 양산으로 인해 피해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문기일 진행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사태 시발점이 된 ‘내부 문건’도 언급됐다. 삼성바이오측은 내부 문건 작성 이유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이 사건의 쟁점은 회계 기준 위반이 있었느냐 여부다. 미래전략실에 일부 협의한 문건이 있다고 해서 이 사건 쟁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한 재판부가 “2012년부터 2014년 회계연도까지 콜옵션 존재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맞는지” 묻자 삼성바이오측은 “지금은 삼성바이오가 대단한 회사가 됐지만 설립초기에는 벤처회사였다. 당시 회계담당자가 1~2명에 불과했다. 콜옵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는 점도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양쪽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이날 “1월 내로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겠다. 늦어도 2월 초 전에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의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2014년 공시했다. 이듬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지배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는 3천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늘었다. 지난달 14일 증선위는 이와 같은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내렸다. 당시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분식회계 규모를 약 4조5천억원으로 보고 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또한 △재무재표를 재작성하고 △감사인을 지정하라고 처분했다. 삼성바이오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증선위 처분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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