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현 시국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발표한 뒤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세규 변호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 겸 이사장 직무대행 선임 과정에서 현행법을 어겼다는 법률자문이 담긴 한유총 내부 문서가 확인됐다. 교육당국이 불법행위 실태조사를 예고했지만, 한유총은 11일 이 비대위원장의 정식 이사장 선임 안건을 처리하는 대의원대회를 연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유총 내부 문건 ‘대표권 제한 변경등기 관련 법률 검토’를 보면, 한유총은 지난달 이미 이덕선 비대위원장 체제의 법적 하자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난다. 법률 검토는 지난 10월30일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의 이덕선 직무대행 체제가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보낸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은 이 비대위원장이 현행법을 어기면서 선임됐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적에 대해 “교육청의 지적은 법적 근거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일반회원 이덕선’이 곧바로 한유총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것부터 문제가 됐다. 민법은 법인이 이사장의 대리 업무를 맡길 때 정관이나 총회 결의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다(62조). 시교육청이 정식 승인한 한유총 정관(2010년)을 보면, 한유총 이사장이 궐위됐을 때 이사회에서 선출된 ‘이사’만 이사장을 대행할 자격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비대위원장은 10월16일 선임 당시 ‘일반회원’ 자격이었다. 이에 따라 검토서는 “이사가 아닌 사람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이 민법(59조·69조)과 한유총 2010년 정관(14·15조)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유총은 2016년 개정한 새 정관을 이 비대위원장 선출의 근거로 삼았다. 한유총 정관 개정을 위해서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과 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감독청인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 정관 이후 한유총의 정관을 추가로 승인해준 적이 없다. 한유총 내부 검토서도 “(2016년 정관에도) 감독청의 승인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아직 승인을 얻지 못한) 개정 정관이 효력이 생기지 않아 이전 정관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검토서는 “비상대책위원장 이덕선은 이사가 아니므로 서울시교육청의 지적은 법적 근거가 있다”며 “새 이사회를 열어 현재 이사 가운데 직무대행자를 선임하고, 2016년 정관에 대해서는 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경파인 이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등 요구가 빗발친 지난 10월, 온건파인 전임 이사장을 대신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서울시교육청 임광빈(평생교육과장) 한유총 실태조사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승인되지 않은 정관으로 이사장 직무대행을 선출한 부적정 행위만으로 법인 설립 취소가 될 수 없겠지만, 교육청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법인 취소를 판단할 사유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유총은 11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엠더블유(MW) 컨벤션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이 비대위원장을 정식 이사장으로 선출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총회 이튿날인 12일 한유총 불법행위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공익법인팀 관계자와 감사팀 등 7명이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 투입돼 일주일간 조사를 벌인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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