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총궐기대회 현장 뒤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걸어둔 “유아교육의 주인은 아이들”이라는 펼침막이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개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개인 후원 방식으로 ‘입법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 등을 통해 명확해지면서, 이들이 교육공무원의 정치후원금 기부를 금지한 현행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상도, 김한표, 전희경 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6일 한유총이 ‘쪼개기 후원’을 시도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제도에서 (사전에) 후원금을 선별해 받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치원과 관계된 후원은 영수증 발급 과정에서 전액 반환한다”고 밝혔다. 전희경 의원은 “후원금이 유치원으로 확인되면 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의하에 두달째 전부 반환조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은, 한유총 쪽의 ‘쪼개기 후원 시도’를 걸러내기 위해 조심했다는 취지이지만, 실제 ‘개인 후원’ 형태의 입법 로비 시도가 있었고 선관위 도움을 얻어 이를 차단하려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한유총 쪽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지회 소속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을 독려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한당 최고입니다. 한유총 회원 모두 끝까지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한유총 관계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를 지난 8일 공개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선 유치원 관계자가 입법 로비 목적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립유치원 원장이나 교사도 일반 교육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교육공무원법 등을 적용받기 때문에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법제처는 당시 안민석 의원의 ‘유치원 등 교육공무원의 국회의원 기부가 불법이냐’는 질문에 “국가공무원법(65조)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27조)의 규정에 따라 정치 목적 후원금 기부는 금지된다”고 답했다. 현행법은 ‘교육공무원’이 국회의원 등한테 정치 후원금을 내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은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사립 교원의 복무와 관련해 ‘국공립학교 교원에 준해서 적용한다’(55조)고 정해, 정치활동 금지 등 복무규정을 국공립 교원과 똑같이 적용받도록 하고 있다.
실제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한유총 경기지회장 등이 교육공무원들을 상대로 돈을 걷어 정치후원금을 낸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같은 해 교사 160여명(사립 35명 포함)이 특정 정치인도 아닌 정당(민주노동당)에 소액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중징계 대상에 올라 논란이 됐다.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 로비 성격을 전혀 띠지 않았으나, 이 가운데 일부는 2014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정치자금법에 의해 더러운 후원금의 경우 확인해 즉시 돌려주고 있다”며 사립유치원 쪽 후원에 대한 연루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불법후원을 받은 경우,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30일 이내 영수증과 함께 반환하거나, 선관위를 통해 국고로 귀속시키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선관위 등이 불법행위 가능성을 인지한 만큼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사립유치원장 등 교육공무원과 같은 정치 후원 금지 규정을 적용받는 이들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입법을 막기 위해 조직적, 혹은 개별적으로 정치적 후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유총의 조직적인 입법 로비 의혹 등을 포함해 불법행위에 대해 다음주 초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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