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둘째)과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유치원 30만원, ○○유치원 20만원, ××유치원 100만원. 이아무개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번호…” 지난달 말 영남 한 지역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장들에게 건네진 문자메시지는 입법로비를 위한 ‘쪼개기 후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기업·법인의 정치 후원을 막고 있는데다, 개인은 500만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할 수 없도록 했다. 300만원이 넘는 경우엔 후원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된다.
이 때문에 이익단체들은 ‘은밀한 입법로비’가 필요한 경우, 개인 구성원을 여럿 모아 각각 ‘300만원 이하’ 후원을 하는 형태로 거액의 후원금을 맞추는 편법을 써왔다. 이어 이들의 이름과 개인정보, 후원액 등을 정리해 의원실 쪽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입법로비’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에 한유총 비대위 쪽이 유치원장의 ‘이름, 주민번호, 직업, 주소, 휴대전화 번호, 후원금 입금 일자’ 등을 요구한 것도 과거 ‘쪼개기 후원’ 과정에서 의원실에 ‘실적 과시’를 하기 위해 자주 동원됐던 방식이다.
‘쪼개기 후원’이 입법로비로 이어지면서 말썽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08년 청원경찰 친목단체인 ‘청목회’가 퇴직연령과 보수를 높이기 위해 ‘쪼개기 후원’으로 8억원대 입법로비를 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케이티(KT)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기 위해 회사 임원 40명 이름으로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치원 단체 역시 국회의 유치원 관련법 개정 때마다 자신들에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쪼개기 후원 방식’을 적극 활용해왔다. 실제 2013년에는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신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유총으로부터 ‘청부입법’을 수용하는 대가로 306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당시 한유총은 각 지부에 일정 금액을 할당한 뒤, 신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30만~400만원가량이 든 봉투 35개를 찬조금으로 냈다. 봉투마다 개인 이름과 함께 ‘한유총’이라는 단체명이 적혔다. 이즈음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재무·회계시스템과 설립자의 상속·양도 세금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을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결국 신 의원을 통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한유총이 신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제시했지만, ‘찬조금’이 비슷한 방식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긴 의원실 쪽 의견을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에는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가 교육분야를 담당하던 한나라당 이군현, 김영숙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으로 2억여원을 주려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경우도 있다. 당시 유치원연합회는 국정감사 기간을 앞두고 전국 지회별로 회원 50~300명에게 각각 1인당 10만원씩 후원금을 내도록 정하고, 두 의원의 후원회 계좌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가운데 77명 후원에 참여했다. 하지만 당시 유치원연합회 후원은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아 법원이 최종적으로 무죄로 판단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반론보도문〕 “한유총, 유치원법 막으려 한국당 의원 ‘쪼개기 후원’ 정황” 등 관련
본지는 2018년 12월6일자 “한유총, 유치원법 막으려 한국당 의원 ‘쪼개기 후원’ 정황”이라는 제목 등으로 한유총이 소속 유치원들에 이아무개 자유한국당 의원 후원계좌로 20만~100만원씩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유총은 연합회 차원에서 후원금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