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년 전국 사립유치원 원장·설립자·학부모대표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3일 정부에 협상 제안을 했던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언론홍보위원이 자신들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알리는 카카오톡방에 “교육부 폐지가 답”이라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을 5일 배포했다. ‘유아교육 혁신추진단’을 만들어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다하겠다던 한유총이 한편으로는 “교육부 장관과 유치원 3법이 유치원 문 닫으면 감옥 보내려 한다”는 왜곡 정보와 “교육부 폐지가 답”이라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유포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박아무개 한유총 언론홍보위원은 이날 오전 보수우익 유튜브 <프리덤뉴스>가 만든 ‘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부 폐지가 답이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기자들에게 뿌렸다. 이 동영상에서는 이상로 프리덤뉴스 논설위원이 출연해 “유은혜 부총리와 박용진3법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아이들이 줄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 유치원을 지으면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맡겨 놓으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유치원이 생기고 문을 닫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위원은 또 동영상에서 “유은혜 부총리와 박용진 의원이 추구하고 있는 유치원3법은 ‘기존 유치원 못 나가’ ‘네 재산 아니야. 네가 투자했지만 유치원 원장 할 수 없어’ ‘문 못닫으면 감옥보내’ 딱 퇴로를 막아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만드는 것과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 등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규정하면서 “교육부 폐지가 답”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동영상 내용은 유치원3법이나 유치원 폐원 절차와 관련된 왜곡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믿고 아이를 맡길만한 시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학부모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그런데도 박아무개 언론홍보위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너무 강경하게 하고 있는 상황들을 알리기 위해서 동영상을 올렸다”며 “한유총이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 동영상 내용에 대해 공감해서 기자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밝혔다.
‘유치원3법’은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을 개정하자는 법이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비로 명품백을 사고 성인용품을 구입하는 등 사립 유치원의 교비 유용 실태가 밝혀지면서 좀 더 유치원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공립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해서 유치원의 교비가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고, 만약 교육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교비를 사용하면 적절한 처벌을 가하자는 내용이다. 또 현재 지원금 형태로 주고 있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 성격으로 바꿔, 국가 지원금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그 어디에도 ‘유치원은 네 재산 아니야’ ‘네가 투자했지만 원장 할 수 없어’ ‘문 닫으면 감옥 보내’라는 내용은 없다.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무분별하게 폐원할 경우 유아들의 학습권은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최근 규정을 신설해 학부모 3분의 2가 폐원에 동의해야 폐원할 수 있도록 폐원 절차를 강화했다. 폐원하고자 하는 유치원이 학부모에게 동의서를 받기 시작하면, 각 시·도교육청 현장지원들이 유치원으로 현장 실사를 나가고 현황을 파악한다. 이후 현장지원단의 의견과 유치원이 제출한 폐원신청서 등을 종합 검토해 폐원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적법한 절차를 밟는다면 유치원 문을 닫는다고 설립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하지 않는다. 한유총이 배포한 동영상은 박용진3법이나 폐원 절차에 대해서도 왜곡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도 무단 폐원은 이미 처벌 대상이다. 유아교육법 제8조 4항에서는 사립유치원을 설립·경영하는 자가 유치원을 폐쇄하려는 경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유아교육법 제34조 제2항 제2호)
손익찬 변호사는 “무단 폐원에 대한 처벌은 이미 현행법에 적시된 사항이며, 박용진3법 내용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유총의 홍보위원이 기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방에 이런 왜곡 정보를 뿌린 것은 지난달 초 한유총 소속 유치원 원장 3천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박용진법 통과되면 볼펜 한 자루도 제대로 못 산다”라는 왜곡 정보를 공유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한유총 홍보위원이 뿌린 동영상 내용은 또 해마다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집 기간에 학부모들이 여러 기관들을 기웃거리고 집 가까운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로 여겨지는 현실을 무시한 내용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생 69만여명 가운데 사립유치원생은 52만여 명으로 전체의 75%가 넘는다. 지난해 전체 유치원 9029개 중 사립유치원수는 47.4%(4282개)다. 국공립은 52.6%(4747개)다. 사립에 비해 국공립유치원 수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농어촌 등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현실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아동 학대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지고, 최근 비리 유치원의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더 불안해졌고, 부모들은 정부에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 국공립 유치원 확충 등을 요구했다. 교육부도 성난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대책을 내놓고, 오는 2021년까지 국공립 취원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런 현실들은 무시되고, 동영상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유치원을 설립하면 더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주장하면서 교육부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공립 증설이라는 부모의 요구와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들이다.
박 홍보위원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유은혜 장관이 폐원 못하게 하려고 3분의 2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며 “3천만원 과태료를 내지 못하면 감옥 가는 것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영상 내용이 불편했다면, 한유총 언론홍보 담당 팀장과 상의해서 앞으로 이런 내용들을 올릴지 말지 상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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