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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변칙적 폐원 통보’ 울산사립유치원 원장, 과거 단설유치원 설립 반대

등록 2018-11-09 13:01수정 2018-11-09 20:45

“누리과정 직접 받아 납부” 등 불가능조건 제시
“국공립유치원 지원해 당당한 혜택 누리시라”
학부모들 “사실상 폐원통보”…울산시교육청, 특별감사 실시키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끝난 뒤 행사장 안에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 및 박용진 3법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판에 '폐업하고 싶다'는 답에 빼곡하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8.10.30.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끝난 뒤 행사장 안에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 및 박용진 3법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판에 '폐업하고 싶다'는 답에 빼곡하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8.10.30.
‘오전 8시40분~낮12시 40분 운영, 도시락 지참 필수, 통학차량 미운행, 방학기간 5주. 누리과정 지원금 학부모가 직접 수령해 유치원에 납부’

울산의 한 사립유치원 정아무개 원장이 원아들의 진급 신청서에 학부모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며 변칙적인 방식으로 폐원을 통보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유치원은 지난 7일 2019년도 진급신청서를 보내 2019년도 교육 내용이 변경됐다고 알리면서 “학부모 부담금 없이 (공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시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라는 비아냥대는 듯한 문구까지 적었다.

특히 이 유치원의 정 원장은 지난 2011년 울산시교육청에서 추진했던 한 단설유치원 설립을 반대하며, 사립유치원연합회와 민간어린이집연합회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황당한 공문을 통해 변칙적인 폐원 통보 방식을 한 이 유치원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주변 공·사립 유치원에 피해 원아 수용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국·공립 병설 유치원 설립 방안도 추진중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와 과거 내황 단설 유치원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정 원장은 과거 교육청의 단설 유치원 설립 추진에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007년부터 일반 유아 135명, 특수 유아 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울산 중구의 ‘내황 단설 유치원’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립유치원연합회와 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 강하게 반대했고, 지난 2011년에서야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2013년에 내황단설 유치원은 설립됐다.

시의회의 승인이 떨어지자, 사립유치원엽합회과 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비상대책위를 꾸렸고, 정 원장은 당시 비대위 위원장을 맡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교육감실을 점령하고 삭발식까지 하는 등 집단 행동을 강하게 했다”고 돌이켰다. 과거 기사 등을 종합하면, 정 원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혈세를 소수의 행운아(인당 교육원가 64만원)에게만 제공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고 울산 전체 유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특혜 논리는 현실과 다르다. 당시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내황 초등학교는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교육여건이 상당히 열악한 지역에 있다”며 “시의회에서 승인된 사업인 만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내황 초등학교 옆에 있는 단설 유치원은 설립됐고, 사립유치원이 우려한 ‘원아 뺏기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근 유치원 원아 정원 감소를 걱정하던 정 원장은 오히려 2014년 3월 또다른 유치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이 유치원의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아이들을 볼모로 사실상 폐원 협박을 하고, 국공립을 선호하는 학부모를 조롱하는 것을 보면서 화가 났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어야 하는 유치원 원장이 단설 유치원 설립 반대까지 앞장섰다니 정말 충격”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현재 2개 유치원을 운영하는데, 이 중 규모가 큰 유치원은 지난 2015년 종합감사에서 시설관리와 행정일반 분야에서 각각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 유치원은 1900만원 상당의 놀이터 수선 공사를 하면서 공사명세서 등 계약 증거가 되는 서류를 구비하지 않았고, 2014년도 결산과 2015년 예산, 교육과정 운영방법 등의 사항을 운영위원회 자문을 받지 않았다. 이 유치원은 2017년 감사에서도 3건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 회계·예산 분야에서는 장부·서류 관리와 계약 완료에 따른 대가 지급이 완료됐는데도 계약 성립 증거가 되는 서류 관리를 소홀히 했고, 유치원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적금 형태의 적립을 포함하는 등 회계·예산 집행을 부실하게 했다. 행정일반 분야에서는 일부 교직원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보수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는 교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해 처분을 받았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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