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연 집회에서 시민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화성/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엄마, 아빠들이 직접 유치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잘 가르치고, 잘 놀게 하고 싶습니다.”
8일 장성훈 동탄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학부모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 계획안’을 비대위 인터넷카페에 내놓으면서 한 말이다. 경기도에서는 일부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 인정을 요구하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는데다, 유치원 입학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율도 17%에 불과하다. 지역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 유치원 찾기가 막막하다.
장 위원장이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에 나선 까닭이다. 장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필요한 대책이 너무 부족하다”며 “학부모들이 출자금을 모아 내년 봄 유치원을 설립·운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은 15인 이상 학부모나 교사들이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건물과 운영비 등을 출자해 유치원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학교운영과 급식, 교사 처우를 학부모들이 결정할 수 있고, 교육과정도 교사와 적극 협의할 수 있다.
이전에는 유치원 설립 때 땅과 건물을 반드시 소유해야 해서 부담이 컸지만, 최근 정부가 협동조합형은 정부·공공기관 시설 임대 방식을 허용하기로 해서 큰 힘을 얻었다. 누리과정 지원금 등을 받으면 조합원 비용은 유치원비를 포함해 한달 40만~5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아이가 졸업하면 출자금 일부를 찾을 수도 있다. 김정희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유아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더 많이 자고, 놀게 해주는 데 있다”며 “기존 국공립, 사립 유치원을 선호하는 ‘시설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의 계획안을 보면, 우선 핵심 조합원 5명으로 사전 준비에 착수한 뒤, 추가로 조합 설립이 가능한 규모의 조합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어 준비위원회를 통해 조합비와 출자금 등 세부 계획을 마련한다. 내년 1~2월에는 유치원 건물을 확보하는 한편 원장과 교사 채용, 임금·노동조건을 포함한 정관 확정 등이 예정됐다. 2월 말 원아모집, 3월3일 개원이 목표다.
협동조합 유치원과 비슷한 협동조합 어린이집이 2015년 현재 전국 155곳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12년 협동조합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 만족도가 급식·간식 식단, 자녀발달 평가 등 모든 영역에서 직장 어린이집 다음으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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