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 미세먼지에 야외활동하는 학교 어디냐” 뿔난 부모들

등록 2018-11-07 15:36수정 2018-11-07 21:14

미세먼지 ‘나쁨’에도 야외수업·봉사활동에
시민단체 “학교·유치원 리스트 만들어 공개하겠다”
교육부 “심각성 인지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차량 2부제를 실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차량 2부제를 실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기 평택시에 사는 ㄱ씨는 6일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잔뜩 화가 났다. 이날 경기도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71㎍/㎥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는데, 아이가 ‘밖에서 체육수업을 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ㄱ씨의 아이는 이날 전 학년이 참여하는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도 예정대로 했다고 한다. ㄱ씨는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굳이 밖에서 체육을 해야 했나 싶다. 봉사활동도 취지가 좋다지만 취소할 순 없었던 건지 의문”이라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수도권 기준으로 올가을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아이를 둔 엄마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행여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체육이나 체험학습 같은 야외활동을 그대로 진행할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이틀 연속으로 초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으로 예상되면 발령되는데, 환경부는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면 어린이·노인 등 민감군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무리한 실외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학부모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활동을 하는 학교, 유치원 리스트를 만들어 공동 대응하자”며 나섰다.

우선 교육부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학교와 유치원 등은 학생들의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 등에 배포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실무 매뉴얼’을 보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인 날 교육청은 ‘각급 학교(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에 대응조치를 실시하라고 요청하고 대처상황 확인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각급 학교도 ‘바깥놀이, 체육 활동, 현장학습, 운동회 등을 실내수업(활동)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시되어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전아무개(28)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학교 보건실에서 실외수업도 자제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이 운동장을 쓰지 못하게 하라는 메시지가 온다”며 “학부모에게 보내는 알림장에도 ‘미세먼지가 ’나쁨‘일 땐 야외활동을 자제해주시고, 마스크도 착용시켜 달라’고 쓴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부의 이 지침이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인 탓에 학교가 가이드라인을 어겨도 별달리 제재할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매뉴얼에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상황은 때와 장소, 원인 등 다양한 변수가 있으므로 매뉴얼을 참고하여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여 탄력적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미세먼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문구다. 7일 학생들에게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시킨 경기도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학부모의 우려도 있고 학교도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 되지만, 봉사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은 데다 비가 오는 바람에 연탄을 계속 바깥에 둘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7일 아침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7일 아침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학생들을 관리하는 교육부의 이런 미온적 조처에 뿔난 시민들은 “이런 날에 야외활동을 하는 학교와 유치원 리스트를 만들자”고 나섰다. 시민단체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는 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를 통해 “어제(5일)부터 전국 뉴스에서 미세먼지, 스모그를 경고하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했음에도 야외활동, 체험학습, 산책, 운동장 수업 등을 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겠다”며 사례를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네이버 카페 갈무리
시민단체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네이버 카페 갈무리
이재은 미대촉 운영위원은 “각급 학교들이 매뉴얼에 강제성이 없으니 ‘학사일정이다’, ‘업체와 계약이 되어 있다’는 이유로 야외활동을 강행하고 있다”며 “매뉴얼이 강제성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에서 관련법이 계속 계류 중이라 매뉴얼이 얼마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페 댓글창을 보면, “미세먼지 110㎍/㎥, 초미세먼지 53㎍/㎥인데 ○○유치원은 오늘 체험학습 갔다”, “어플로 ‘미세먼지 나쁨’ 알림이 오고 있는 상황인데 △△초 야외체육 수업 중이었다. 마스크를 쓴 아이도 있더라”, “미세먼지 115㎍/㎥인데 □□초 아이 들은 걸어서 영화관에 다녀왔다” 등 다양한 현장 고발 글을 볼 수 있다. 이 운영위원은 “만 하루 만에 댓글과 쪽지 등으로 약 100건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학교에서 단축 수업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 학교별 미세먼지 담당자도 두고 교육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장에 나가보면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에 발표한 매뉴얼은 전문가와 관련 시민단체,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듣고 만든 안”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2년 만에 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오후 2시30분 선고 1.

2년 만에 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오후 2시30분 선고

법원 도착 이재명…동료 의원들과 악수, 기자들 질문엔 ‘묵묵부답’ 2.

법원 도착 이재명…동료 의원들과 악수, 기자들 질문엔 ‘묵묵부답’

“무죄” “구속”…이재명 1심 선고 임박, 법원 앞 보혁 집회 긴장 고조 3.

“무죄” “구속”…이재명 1심 선고 임박, 법원 앞 보혁 집회 긴장 고조

동덕여대 총학 “학교가 3억 청구”…대학 “피해액 알려준 것” 4.

동덕여대 총학 “학교가 3억 청구”…대학 “피해액 알려준 것”

이재명, 다가온 운명의 날…‘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쟁점은 5.

이재명, 다가온 운명의 날…‘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쟁점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